[기자의 눈/홍수영]명단 2장 읽고 끝… 이번에도 인선배경 설명은 한마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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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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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도 안걸린 인수위원 발표… 질의응답 없이 곧바로 퇴장
당선인 ‘입’도 설명 못하면 국민은 누구에게 말 듣나
기자실 3배 늘린 것으로 소통이 끝난 것은 아닌데…

홍수영 정치부 기자
홍수영 정치부 기자
채 4분도 걸리지 않았다. 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차 인선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은 질의응답도 없이 끝났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A4용지 2장에 적힌 9개 분과의 간사와 위원,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의 이름을 죽 읽었다. 1차 발표 당시 논란이 된 밀봉 봉투에서 꺼내진 않았지만 회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보통 10∼20분 전 미리 명단을 배포하는 ‘배려’는 없었다.

130석 규모의 브리핑룸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고는 인선 배경과 취지를 묻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배석했던 인수위 진영 부위원장, 윤창중 대변인은 빠르게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대변인실 실무자들이 회견 전 “질의응답 시간에 마이크를 사용해 달라”라며 기자석 사이사이 마이크를 놓아 둔 게 무색해졌다.

직후 박선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차례로 단상에 섰지만 ‘깜깜’ 스타일은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박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과 당선인 대변인의 역할은 다르다”라며 비서실 인선안만 발표하고 나갔다. 당선인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특사단 접견 내용을 브리핑하러 온 조 대변인은 “아까 질의응답이 없었느냐”라고 도리어 물었다.

3시간여 뒤 윤 대변인이 일정을 공지하려고 다시 브리핑룸을 찾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는 인선 배경을 묻자 “12월 27일 발표 때 인수위원 구성에 관한 박 당선인의 의중이 설명됐다”라며 일축했다. ‘전화 불통’에 항의하는 기자에겐 “제가 김밥 먹을 시간도 없다”라고 말했다. 인수위원의 한 줄 직함 이외에 프로필도 끝내 제공하지 않았다.

결정되지 않은 말들이 여기저기 떠도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박 당선인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대변인 누구도 결정된 사안에서까지 어느 것 하나 소상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윤 대변인은 ‘막말 칼럼’ 논란으로 사실상 역할이 위축됐고, 조 대변인은 당선인의 수행에 바쁘다. 공식적인 말도 몇 마디 없는데 박 대변인은 “가감하거나 해석을 붙이지 말고 그대로 써 달라”라고 해 언론의 기능을 막으려 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사무실 공간을 배치하며 취재 공간을 5년 전 이명박 당선인 때보다 3배가량 늘렸다. ‘소통’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자실을 늘린다고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당선인의 ‘입’이 닫히면 국민은 책임 있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대변인조차 박 당선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 수 있다. 결정 내용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상황을 충분히 알릴 때 불필요한 해석이나 오보도 나오지 않는다는 소통의 기본 원칙을 당선인 측이 혹여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
#기자의 눈#홍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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