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스웨덴식 복지, 우리가 꿈꾸는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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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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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최연혁 지음/288쪽·1만5000원·쌤앤파커스

“해고가 된 것은 아쉽지만 받아들여야죠. 회사도 사정이 있으니까요.”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스웨덴의 회사원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넉넉히 짐을 꾸려 여행을 떠난다. 정리해고 후 1년 동안 100% 봉급을 보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안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전 직장이 교육을 책임진다. 창업비 일부도 지원받을 수 있다.

복지국가 스웨덴을 이해하기 위한 단초로 이 책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꼽는다. 20년 넘게 스웨덴 남스톡홀름대에서 교수(정치학)를 지낸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수치화하지 못하는 변수인 ‘신뢰’를 설명하기 위해 정치인, 퇴직한 노부부, 고장 난 보일러를 고치러 온 배관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스웨덴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스웨덴 국회의원의 이직률은 평균 30%다. 4년 임기를 채운 의원 중 100명 안팎이 정치계를 떠난다. 강도 높은 업무량 때문이다. 개인보좌관이나 비서는 없다. 국민의 삶과 맞닿은 정책 입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일반 봉급자보다 주 20시간 넘게 더 일한다. 지난 4년 동안 스웨덴 의원 349명이 평균 189개씩의 법안을 제출했다. 스웨덴 국민들의 선거참여율은 85%에 달한다. 자신이 만든 법이 공포된 것을 최고의 특권이자 행복으로 여기는 의원들이 다시 선출된다.

1930년대 스웨덴은 노동쟁의로 인한 파업일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정부는 1990년대 초반 개혁을 단행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고 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복지 예산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예산 인상 상한제를 법제화했다. 복지지출이 미국의 두 배에 달하지만 2009년까지 평균 2.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1995년 잉바르 칼손 총리가 하야를 천명한 뒤 당시 정무장관이었던 얀 뉘그렌이 차기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는 신문 인터뷰를 통해 총리직 제안을 사양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어린시절은 저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스웨덴의 출산휴가는 부모 합산 480일이다. 60일은 의무적으로 둘 다 쉬어야 하고 390일 동안 봉급의 80%를 받을 수 있다.

제목은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이지만 책은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저자 또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스웨덴의 복지체계가 우리 사회를 위한 대안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과거와 현재를 이루는 스웨덴 국민들의 일상이 우리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할 뿐이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책의 향기#인문사회#복지#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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