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 부쩍 강조하는 김정은…北 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8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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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지도서 잇따라 언급…개혁·개방 신호?
"다른 나라 좋은 것 대담하게 받아들여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세계적 추세'라는 표현을 입에 자주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달 초 24일 만에 공개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김 1위원장은 여러 경제현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세계적 추세'를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5일 김 1위원장이 평양항공역(평양 순안공항) 개건사업을 현지지도했다는 소식을 보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 항공역(공항)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항공역은 하나의 위성도시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시며 여러나라의 발전된 항공역사들의 실태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고 전했다.

그 이틀 전인 3일 북한 매체는 김 1위원장이 평양양말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제품의 질을 높이며 소비자의 기호와 심리, 미감에 맞으면서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양말의 색깔과 문양, 상표도안도 따라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세계적 추세'라는 표현을 '우주개발은 세계적 추세', '세계적 추세인 풍력에네르기(에너지) 이용' 등 경제발전과 관련한 과학기술을 설명할 때 많이 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과 자력갱생을 외치며 폐쇄적 정책을 유지한 것을 떠올리면 김 1위원장의 이런 언행은 다소 의외다.

일각에서는 김 1위원장이 경제현장을 직접 방문해 `세계적 추세'를 언급하는 것은 국제적 기준을 사회의 지향점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와 교류에 나설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1위원장이 외국의 장점을 수용하자고 직접 언급하고 있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1위원장은 지난 6일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을 관람하면서 "인민의 구미에 맞는 민족고유의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과 함께 다른 나라의 좋은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주체적 입장에서 우리의 음악예술을 세계적 수준에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는 '백설공주', '미키 마우스' 등 서구 만화영화가 활용됐고 조명과 공연의상도 과거보다 훨씬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였다.

앞서 그는 지난 4월27일 노동당, 경제기관, 근로단체 간부들을 상대로 한 담화에서 "국토관리와 환경보호 부문에도 세계적인 발전추세와 다른 나라들의 선진적이고 발전된 기술들을 받아들일 것이 많다"며 외국 및 국제기구와 과학기술 교류를 강조한 바 있다.

청소년기에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 1위원장은 아버지 김 위원장보다 국제사회에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김 1위원장의 '세계적 추세' 강조가 정치, 경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국제사회 경험이 있는 김정은이 세계적 추세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이런 움직임은 주로과학기술 분야에 머무는 것이 한계이지만 북한과 국제사회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전반적인 제도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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