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병선]김미화의 위험한 ‘140자 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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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문화부
민병선 문화부
방송인 김미화 씨가 무책임한 트위터 글로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김 씨는 20일 오전 트위터에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대학 학장 칠순잔치 등 사적인 자리에 자주 동원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순식간에 수많은 트위터리안을 통해 리트윗되며 KBS교향악단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 씨가 이 글과 함께 링크한 뉴스에는 KBS교향악단이 아니라 이 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함신익 씨가 2001∼2006년 대전시립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시절 외국 음대 학장 칠순잔치에 대전시향 단원을 동원했다는 전 단원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KBS 측이 “(KBS교향악단 단원 동원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대응하자 김 씨는 이날 오후 한발 물러섰다. 그는 “다시 글 올렸습니다. 어제 미디어오늘 오른 기사 인용입니다. 예일대 음악학원장 칠순잔치는 대전시향 단원들이 동원되었다고 되어 있습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이 내용이 올라오자 이번에는 대전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함 씨가 지인의 칠순을 축하하는 사적인 자리에 대전시향 단원들을 동원했다는 이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버트 블로커 예일대 음대 학장이 2002년 7월 대전시향과 협연한 일은 있지만 이는 시장 취임을 기념하는 공식 행사였다. 일부에서 ‘칠순잔치’로 부른 행사 역시 2006년 6월 9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피터 프랭클 그의 70년 음악인생 회고’ 공연이었다. 프랭클은 예일대 초청교수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다.

대전시 관계자는 “두 공연에 대한 얘기가 뒤섞여 오해가 있었던 것”이라며 “함 지휘자에게 불만을 품은 KBS교향악단 단원들이 그의 오점을 찾던 중 전 대전시향 단원의 잘못된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시 측이 거듭 연락을 시도했지만 김 씨는 전화를 받지 않다가 22일에야 대전시에 전화를 걸어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치게 돼서 죄송하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하지만 ‘파워 트위터리안’인 김 씨가 잘못 알고 올린 글은 27만9000명이 넘는 팔로어에게 이미 전달되고 난 후였다.

유명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은 사적인 수다가 아니라 그들의 인지도와 영향력만큼 공적인 무게를 갖는다. 140자의 ‘재잘거림’이 특정인과 사회에 쉽게 아물지 않는 생채기를 내지는 않을지 최소한의 신중함을 지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병선 문화부 bluedot@donga.com
#김마화#사회#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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