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일터에 만연한 관료제, 소명의식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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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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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에서 만족을 얻는가/배리 슈워츠, 케니스 샤프 지음·김선영 옮김/360쪽·1만5000원·웅진지식하우스

일곱 살 난 아들과 함께 야구 경기장을 찾은 아버지는 레모네이드가 먹고 싶다는 아들에게 실수로 알코올이 함유된 레모네이드를 사줬다. 이 모습을 본 경비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의사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경찰은 아들을 보호소에 위탁하고 공무원은 아버지에게 격리명령을 내렸다. 결국 이 부자는 2주 후에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경비원, 경찰, 공무원 모두 ‘올바른 절차’를 따랐을 뿐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러고 싶지 않지만 절차를 따라야 했다.”

한국어 제목을 보고 ‘즐겁게 회사 다니는 노하우’ ‘일과 사랑에 빠지는 법’과 같은 매뉴얼을 찾으려고 책을 든 독자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왜 일이 현대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지를 분석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현대의 일터에 만연한 관료제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배리 슈워츠와 정치전문가 케니스 샤프는 일의 성과와 만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규제와 인센티브가 과도해지면서 오히려 소명의식과 같은 일의 본질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학생과 교사의 능력을 시험 점수로만 평가하는 교육 시스템에서 교사는 반복과 주입식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시간당 보수를 받는 변호사나 전문직 종사자들은 수당에 따라 일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책은 이 같은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안한 ‘실천적 지혜’에 주목한다. 이 책의 원제(Practical Wisdom)이기도 한 실천적 지혜란 ‘인간성에 바탕을 둔 섬세한 일의 도구’, 즉 현실의 다양한 일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융통성 있게 조율하는 능력이다. 저자들은 현대 관료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개인이 획일적인 지식과 제도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천적 지혜를 길러 ‘영리한 탈선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사회에 의미 있는 조언이지만 ‘인간은 지혜를 타고났으며 노력한다면 누구든 실천적 지혜를 기를 수 있다’는 설명 외에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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