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람들은 왜 속고 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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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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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산타페연구소 속임수연구회 지음/고기탁 옮김·552쪽·2만3000원·황소걸음

2003년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1면에 실린 사진은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영국 군인이 이라크 시민들에게 엄폐물을 찾아 숨을 것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잡지 ‘스타’는 2005년 4월호에 ‘딱 걸렸네’라는 제목과 함께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가 해변을 산책하는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두 사진 모두 합성사진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후자의 사례에 훨씬 관대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것일까.

복잡계연구로 알려진 미국 산타페연구소의 ‘속임수연구회’ 소속 학자 16명이 ‘속임수’를 주제로 생물학 법학 커뮤니케이션학 컴퓨터공학 금융 예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한 논문을 엮었다. 합성된 브래드 피트의 사진에 대중이 더 관용적인 이유에 대해 책은 ‘속임수에 존재한 오락적인 가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술이나 영화, 실사 그림들로부터 즐거움을 얻을 때도 마찬가지다. 속임수인 줄 알지만 즐거움을 얻기 위해 불신을 유예한다는 것이다.

속임수에 대한 전통적인 판단은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에는 아귀가 먹이를 유혹할 때 사용하는 가짜 미끼 등 생존을 위한 다양한 속임수가 존재한다. 책은 인간도 10분간의 대화에서 2, 3회는 속임수를 쓴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며 ‘속임수는 돌연변이와 같은 행태가 아니며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조작된 사진이나 이야기도 사람의 인식과 기억 속에 깊숙이 침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어린 시절 열기구를 타는 조작된 사진을 보여주면 사진 속 장면을 사실로 인식하곤 한다. 정치판에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이 난무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확대로 키와 재산은 늘리고 몸무게는 줄여서 말하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의 행태도 다뤘다. 개인 간의 속임수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나 군, 정부가 관여한 속임수도 등장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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