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이문원의 쇼비즈워치]YG판 소녀시대 소동? 주식시장에 답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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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새 걸그룹 정보가 언론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그것도 꽤나 자극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달고서다.

'OSEN'의 11월21일자 기사 'YG "새 걸그룹, 성형수술 금지 계약 맺었다"'는 [단독]이란 말머리까지 달고 등장했다. 이 기사는 "YG엔터테인먼트가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7인조 걸그룹과의 전속계약에서 '성형수술 금지'라는 독특한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 선보일 걸그룹은 성형수술을 전혀 하지 않은 멤버들로 구성됐으며, 앞으로도 성형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양현석 대표와의 계약서에 명시했다"며 "자연미를 강조하는 새로운 걸그룹을 만들려고 데 주안점을 뒀기 때문에 가능했던 계약"이라는 YG 관계자 코멘트를 제시했다.

기사 속 YG 관계자는 또 "이번 걸그룹은 다른 기획사의 예쁜 가수들을 보면서, 저 가수가 YG의 음악을 하면 어떤 색깔일까 궁금해 한 지점에서 출발했다" "실력을 중시하는 기존 YG 색깔에 예쁜 외모도 포함된 셈이다. 기존 가요 시장에 없는 그룹이 나올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그룹에는 엠넷 '슈퍼스타K2' 출신의 김은비도 포함될 예정이라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현재 7인조로 구성됐으나 향후 1~2명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 내년 상반기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일단 이 같은 기사는 시기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목적이 꽤 뚜렷해 보인다. YG의 코스닥 상장 바로 이틀 전에 나온 기사다. 상장을 코앞에 둔 시점,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흘린 정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어느 기업이건 마찬가지다. 상장 직전 언론을 통해 될성부른 신상품 정보를 노출시키는 건 사실상 전략이랄 것까지도 없는 기본상식에 속한다.

YG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양현석.

●다른 기획사 모델 벤치마킹 선언한 YG


그러나 이 같은 기사내용은 사실상 꽤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아마 YG 팬들부터가 기절초풍했을 듯싶다. 기사가 제시한 걸그룹은 YG의 기존 레이블 이미지와 모든 면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SM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또는 코어콘텐츠미디어 아이돌의 벤치마킹에 가까웠다. 일정부분 YG 방향성의 '배신'으로까지 볼 수 있었다.

일단 기사는 아예 대놓고 "이번 새 걸그룹은 YG가 최초로 '외모도 중시했다'고 자신하는 그룹" 등 멤버들 외모가 워낙 뛰어나 성형수술이 필요 없기에 성형수술 금지를 선언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기획사의 예쁜 가수들을 보면서"라는 추임새를 덧대 아예 다른 기획사를 벤치마킹했다는 점까지 드러내고 있다.

지금껏 YG 레이블이 지향했던 건 '외모를 보지 않겠다' 차원을 넘어 아예 '외모 면에서 부족한 이들을 중용하겠다'는 방향성이었다. 빅마마부터가 그랬고, 이후 빅뱅을 통해 아이돌 시장에 들어와서도 론칭 초기부터 '외모가 딸려 여타 기획사에서 무시당한 멤버들' 기사를 내보내며 같은 방향성을 강화해나갔다.

그리고 이를 통해 YG 아이돌들은 단박에 '아이돌을 뛰어넘는 아이돌' '실력파 아이돌'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 제3시장을 열게 된 것이다.

또한 기사는 신생 걸그룹에 대해 "현재 7인조로 구성됐으나 향후 1~2명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는 정보를 드러내면서 대형 걸그룹의 탄생을 암시했다. 아이돌 산업에선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멤버 수가 늘면 늘수록 실력파 이미지는 감쇠하고 대신 아이돌성이 부각된다.

멤버 수가 늘수록 노래와 퍼포먼스에서 각자 맡는 역할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반적 이미지 설정에 무게가 실린다. 이건 거의 산수에 가까운 결론이다.

이 부분 역시 YG 레이블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는 부분이다. 언급했듯, YG는 국내에서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 제3시장을 찾아내 선점한 레이블이다. 일종의 특수시장 개념이다.

기사가 제시한 대형 걸그룹은 그보다 기존 아이돌시장에 진입하려는 목적으로만 보인다. 레드오션으로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이런 식이면 이건 아예 YG 아이돌이라 보기조차 힘들다. 생산주체만 YG일 뿐이다.

YG의 대표적 걸그룹 2NE1.
YG의 대표적 걸그룹 2NE1.

●2시간여 만에 수정된 새 걸그룹 정보

그런데 정말 상황이 흥미로워지는 건 바로 여기서부터다. 이처럼 충격적인 정보는 포털사이트 송고 후 불과 2시간여 만에 또 다른 인터넷 연예매체 스타뉴스에 의해 일정부분 번복됐다. 번복이란 표현이 확실히 맞다.

스타뉴스 기사 'YG "새 걸그룹 5~7인조..모두 10대라 성형금지"'는 "내년에 팬들과 만날 새 걸그룹은 5~7인조가 될 것"이라며 "모든 멤버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도 후보들끼리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YG 측 설명을 담고 있다. 일단 멤버 수가 7+알파에서 5~7명으로 다소 줄어있다.

또 OSEN 기사에서 "YG측은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예쁜 멤버들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고까지 설명됐던 부분은 스타뉴스 기사에서 "새 걸그룹 멤버가 될 후보 연습생들은 모두 15~19세 사이의 10대들"이라며 "그렇기에 성형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는 YG엔터테인먼트 측 설명으로 대체돼 있다.

미성년자의 입장을 고려해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후속보도들은 대부분 OSEN보다는 스타뉴스 기사와 대동소이한 방향으로 씌어졌다.

이 정도 정보 전환은 사실상 YG 측의 의지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목적성이 뚜렷이 보이는 기사이기 때문에 불과 2시간여라는 짧은 시간 동안 YG 측에서 '생각'을 바꿔 다른 정보와 뉘앙스가 나가도록 했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당연히 기사의 부정적 효과, 즉 코스닥 상장과 관련해 부작용을 예측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일단 "아직 10대들이라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 할 수도 있고, 10대 특유의 매력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성형수술 금지를 내렸다는 후속설명은 아이돌 기획사치곤 꽤나 도덕성을 강조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지난 가을 빅뱅 멤버 지드래곤의 대마초 사건으로 안 그래도 도덕성이 많이 실추된 YG다. 멤버들 외모에 대한 예찬을 지우는 대신 이런 부분을 커버하는 방향으로 설명이 바뀐 셈이다.

또한 멤버수를 5~7명으로 줄여버리니 아이돌성이 상당부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게 되고, 거기에 '아직 멤버 수가 결정되지 조차 않았다'는 언급이 덧붙여지니 철저히 계산된 기획사발(發) 아이돌 냄새까지 동시에 사라지게 됐다.

이처럼 수정된 정보는 전반적으로 다른 기획사 벤치마킹 모델에서 YG 고유의 모델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조정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후속보도에선 멤버로 결정된 '슈퍼스타K2' 출신 김은비 존재를 보다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YG 특유의 '실력파 아이돌' 이미지를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시간여 사이, YG는 '벤치마킹'에서 '고정모델 고수'로 신생 걸그룹 방향성을 유턴시킨 셈이다.

일본의 거대 음반 유통사들은 여전히 케이팝을 쥐고 흔드는 존재다. 지난 7월 에이벡스 손잡고 합작 레이블 ‘YGEX’ 설립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일본의 거대 음반 유통사들은 여전히 케이팝을 쥐고 흔드는 존재다. 지난 7월 에이벡스 손잡고 합작 레이블 ‘YGEX’ 설립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벤치마킹 선언의 이유와 그 수정의 이유

왜 이런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발생한 걸까. 이를 유추해보려면, 왜 애초 YG가 자신들 방향성과 동떨어진 '벤치마킹 아이돌' 구상을 하필 '이 중차대한 시기'에 내보냈는지부터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면 의외로 쉬운 일이다. 연예기획사의 주식시장 상장 성공이란 그저 해당기획사가 국내시장 파이를 얼마나 갉아먹었나를 보고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시장은 좁다. 아무리 잘 나가는 레이블일지라도 사업규모나 실적만 보면 그저 우량 중소기업 수준이다. 그것도 꽤나 도박성 짙은 게임을 하는 우량 중소기업이다.

결국 모든 투자자들의 시선은 한류라는 게임에 집중돼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주식시장 상장과 관련된 상황에 있어선 절대적으로 그렇다. 우리보다 30~40배 이상 크다는 세계 2위의 일본시장이 막 열린 참이니, 판돈이 커져도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YG가 일본시장에 딱히 강한 편은 아니라는 데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동방신기, 소녀시대를 안착시킨 SM, 카라로 대박 낸 DSP, 심지어 막 2PM를 론칭한 JYP엔터테인먼트에도 밀릴 판이다.

여전히 빅뱅의 싱글 최대판매는 지난해 '텔 미 굿바이'가 기록한 4만6449장, 앨범 최대판매도 지난 5월 발매한 '빅뱅 2'의 9만1217장이 한계다.

2NE1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발매한 'NOLZA' 판매량은 현재까지 4만5781장으로 앨범 데뷔치곤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역시 빅뱅 패턴대로 싱글판매는 부진했다.

지난 16일 발매한 일본 첫 싱글 '고 어웨이'는 발매 첫 주 1만3581장을 판매해 레인보우나 애프터스쿨 데뷔싱글보다 1만 장씩 떨어지고, 시크릿 '마돈나'의 1만3124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NE1도 여러모로 빅뱅의 상업적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니 투자자들에 가장 큰 판돈이 오가는 일본 중심 한류 비전을 설득시키기 위해선 오히려 기존 YG 색채를 지울 것을 공언하고, 특히 일본진출 측면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낸 여타 기획사들 벤치마킹을 공표할 수밖에 없었으리란 것이다.

그럼 2시간여만의 신상품 개요 수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 기획사 벤치마킹 모델이 투자자들에 더 불안감을 조성할지 모른다는 판단들을 했을지 모른다. '안 해본 것을 시도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하기엔 적절치 않은 타이밍이라 여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블에 대한 안정감이 크게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그런 식이라면 YG가 여타 기획사들과 차별적으로 진행해오던 미국진출 계획을 아예 포기하고 너도나도 진출한 일본시장에 재도전한다는 식으로 보일 우려가 있었다.

어찌됐건 미국시장에 어울리는 건 소녀시대보다 2NE1이란 판단들을 대부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식의 일본시장 친화적 모델은 오히려 후퇴로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을 수 있다. 그래서 '백 투 더 베이직'으로 돌아오게 됐으리란 추측이다.

●YG의 애초 판단도 딱히 틀린 것은 아냐

우여곡절 끝에 YG는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고, 곧바로 주식시장 태풍의 중심이 됐다. 상장 당일 공모가 3만4000원의 2배인 6만8000원에 장을 시작해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7만8200원에 첫 거래를 마쳤다.

이어 25일엔 상장 사흘 만에 9만7200원까지 올랐다. 물론 과열양상 지적과 차익매도 물량이 몰려 금세 분위기가 식긴 했지만, 어찌됐건 YG의 상장은 현재로서 두드러질 정도로 성공적이란 평가다. 막판까지 신상품 정보를 놓고 옥신각신하며 분투한 결과가 주식시장 대박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주식 상장까지 성공한 현 시점 다시 돌이켜보자면, 기본적으로 YG가 새 걸그룹 론칭과 관련해 내세운 '첫 번째' 전략도 방향성 면에서 딱히 틀린 건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계속 동일 콘셉트 상품을 파는 것만으로 연예기획사의 브랜드 가치가 유지되는 건 아니다. 한국대중문화시장의 트렌드는 본래 빠르다. 당연히 변화는 필요하다.

현재 YG는 2NE1을 중심으로 특유의 흑인음악 색채를 지우려 애쓰고 있다. 근작 '어글리' 등은 분명 백인음악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넘버다.

그렇게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자리 잡은 그룹들은 음악적 색채변화로 신선감을 주고, 새로 만들어질 그룹은 애초 콘셉트부터 이전 모델에서 조금씩 옆으로 비껴내며 차별성을 확보시키는 게 맞다. SM이 1세대 H.O.T-S.E.S 모델에서 2세대 동방신기-소녀시대 모델로, 그리고 다시 3세대 샤이니-에프엑스 모델로 조금씩 이동시켰던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일본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향후 한류가 미국, 유럽에까지 영역을 확장시킬 날이 오더라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해외시장전략 중심은 아시아일 수밖에 없고, 그중 가장 투명하고 열성적인 시장구조를 지녔을 뿐더러 지리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일본이 해외시장 개척의 거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시장에서 더 원활히 기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는 언제나 충만하다.

결국, 또 하나의 2NE1을 만들어낸다는 '수정된' 발상보다는 차라리 당장은 벤치마킹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어도 향후 YG 특유의 색채가 가미되면서 어떻게든 차별성을 확보하게 될 '본래' 발상 쪽이 기획사 본연의 변화요구는 물론 해외시장 확보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더 유리한 판단이리란 얘기다. 실제로 YG 신상품이 그리로 방향을 설정해가길 기대한다.

어쨌든 그런 식의 변화를 통해 내년 론칭될 YG 신상품이 명확한 한류 효과를 내줄 수 있다면, 그 수혜는 궁극적으로 한국대중문화산업 전체가 나눠 갖게 된다. 심혈을 기울이던 코스닥 상장도 이제 주사위를 던졌으니, 지금부턴 신상품 모델의 점검에 온 힘을 쏟아야할 때다. 내년이 기대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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