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軍 필요없는 리비아, 마음으로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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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리비아는 한국의 복합외교 시험대” 총력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의 사망 이후 새 정부 구성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정부는 리비아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리비아는 한국이 복합외교, 총력외교를 펼쳐야 할 중요한 대상”이라며 각별한 관심과 준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국대사관의 사무실은 요즘 거의 비어있다시피 하다. 한국에서 파견된 외교관 8명이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외부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조대식 주리비아 한국대사도 지난주 트리폴리에서 200km 떨어진 리비아 제3의 도시 미스라타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시장과 군사령관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국의 리비아 재건사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조 대사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리비아 내 무장세력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도 간간이 총소리가 들린다”며 “불안한 치안상황에도 불구하고 리비아를 새로 이끌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외교부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리비아 재건협력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각 부처 실무진은 리비아에 가장 절실한 분야가 무엇인지, 한국이 강점을 갖고 돕거나 투자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인지 점검했다.

이 회의에서는 발전소나 항만 같은 인프라 건설은 물론이고 정보기술(IT) 사업, 농촌개발 등 다양한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민물새우 양식이나 씨감자 배양에 성공한 한국의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최근 알제리에서 성공한 사업 기술을 리비아에도 전수하자는 아이디어다.

외교부 관계자는 “자원 부국인 리비아의 새 정부를 상대로 각국의 외교전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새로운 정부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에서부터 리비아의 대규모 재건사업에 투자하는 것까지 모든 분야에서 총력전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미 다른 나라들도 열심히 뛰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사작전을 적극 지원해 NTC 승리에 일조한 공헌을 인정받아 앞으로 대규모 국가재건 사업 수주에서 우선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터키는 리비아 내 동결 자산을 담보로 무려 3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고, 캐나다와 미국도 1000만 달러 이상씩의 지원을 공언했다. 마지막까지 카다피 정권 편에 섰던 러시아와 중국도 뒤늦게 새 정부를 상대로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2차례에 걸쳐 NTC에 모두 260만 달러 규모의 현금이나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외교부는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산유국인 리비아는 현금 지원이 절실하지는 않다는 의견이고 평화유지군 같은 병력 주둔도 원하지 않는다”며 “리비아인의 마음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파병이나 자금 지원을 했던 레바논이나 아프가니스탄과는 달리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같은 다른 접근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외교는 상대 국가와의 소통, 이해의 증진, 문화 교류 같은 ‘소프트 파워’를 통한 외교를 뜻한다.

의료 기술과 인력, 의약품을 지원하는 것은 효과적인 리비아 외교의 하나로 거론된다. 리비아는 내전이 장기화돼 부상자가 늘어났지만 의료 인력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은 최근 리비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환자 2명을 한국으로 옮겨 치료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NTC와 카다피 정권의 병력이 서로 경쟁적으로 묻어놨던 지뢰를 제거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조 대사는 “지뢰 제거 작업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제공하는 것도 리비아인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좋은 지원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과정에 기업이나 비정부기구(NGO)는 물론이고 현지 언어에 능통한 유학생이나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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