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근형]한국인 F1 드라이버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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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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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스포츠레저부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한국인 포뮬러원(F1) 드라이버가 나와야 코리아 그랑프리도 산다.”

대회 관계자, 언론인, 팬들까지…. 전남 영암 서킷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내실 있는 대회로 연착륙하기 위해 한국인 F1 드라이버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올해 대회는 교통, 숙박, 서킷 주변 편의시설, 경기 운영 등 여러 면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결승에는 8만여 명이 서킷을 찾아 높아진 열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말끔해진 외양과는 달리 속은 곪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때문에 대회 중단의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자국 F1 드라이버의 중요성은 독일이 잘 보여준다. 1990년대 초 자동차 산업 세계 1, 2위를 다투던 독일의 F1 열기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미하엘 슈마허(42·메르세데스GP)가 슈퍼스타로 떠오르며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슈마허는 기자에게 “국민 F1 드라이버가 나오면 많은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인 F1 드라이버 탄생의 확실한 방법은 현대·기아자동차나 삼성이 F1 팀을 창단하는 것이다. 인도(포스인디아), 말레이시아(로터스), 러시아(버진) 등 한국보다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작은 나라들도 F1 팀이 있는데 우리도 이젠 때가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 해 적게는 300억 원에서 많게는 3000억 원에 이르는 운영비 때문에 기업들의 결심은 쉽지 않아 보인다.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은 현 F1 팀의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한국인 드라이버 영입을 조건으로 내거는 것이다. 고바야시 가무이(25·자우버) 등 전현직 일본인 드라이버들은 이런 방법으로 F1에서 활동해왔다. F1의 글로벌 스폰서인 LG전자는 이미 연 300억 원가량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있는데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한국 F1 드라이버 탄생에 일조할 수 있다. 물론 카트 기대주들을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에 진출시켜서 기량을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F1 진출을 코앞에 둔 한국인 최초 F2 드라이버 문성학(21·성균관대)은 한 해 차량 운영 및 관리, 연습장 대여, 타이어 교체 등 15억 원이 든다고 말했다. 유럽의 유망주들은 대부분 10대 시절부터 기업의 후원을 받지만 문성학은 건설업을 하는 아버지가 비용을 대왔다. 현실적으로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F1 진출은 힘든 상황이다.

F1 드라이버의 등장이 적자 대회를 단숨에 흑자로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코리아 그랑프리를 계속 개최하기 위한 전제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유근형 스포츠레저부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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