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환대는 끝났다… ‘新 동맹시대’ 밑그림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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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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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동아일보 정치부 김승련 기자(오른쪽 서 있는 사람)가 질문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3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동아일보 정치부 김승련 기자(오른쪽 서 있는 사람)가 질문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닷새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뉴욕타임스는 15일자 보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BFF’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BFF는 ‘Best Friend Forever’라는 뜻의 신세대 약어.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영원한 절친’이라는 것이다.

2004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로선 다소 과장된 듯한 이런 표현이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보도대로 양국 정상은 함께 차를 타고 백악관에서 25km나 떨어진 한식당 ‘우래옥’까지 찾아가 불고기 만찬을 하며 우의를 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으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정(情)이란 개념까지 공부해 이를 국빈만찬 축사에 활용했다. 이쯤 되니 “백악관이 2개월 전부터 이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색깔을 파악해 행사장 배경음악이나 실내장식에 활용했다”는 청와대 귀띔도 ‘홍보성 멘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미국 정치권력은 간단히 말해 백악관과 의회가 양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외교와 국방은 백악관이, 국내 정책은 의회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현역 상하원 의원 200여 명을 앞에 두고 한국 대통령이 한미 미래비전과 동맹의지를 설명하고, 한국이 왜 기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밝힌 것은 값진 외교자산이 됐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환대와 국익을 맞바꿀 수는 없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지만, 이번 방미의 성과를 깎아 내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미국은 왜 이렇게 이 대통령을 환대했을까. 미국 의원들은 13일 상하원 연설에서 1분에 한 번꼴로 45차례 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공감한 측면도 있지만 6·25전쟁을 딛고 국가 성장에 동참한 주역인 한국인 모두에게 보내는 찬사의 의미도 담겼을 것이다. 그 뜨거운 박수가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미국식 가치를 ‘가장 모범적으로 구현한 국가’(한국)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대통령이 경험한 환대와 정상회담의 성과는 여기까지다. 두 나라의 관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동맹이자 글로벌 이슈를 함께 고민하는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격상됐다. ‘일본을 능가하는 동맹’이란 얘기까지 나오지만 최근 일본의 리더십 공백이 이런 평가가 나오는 하나의 원인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더구나 굴기(굴起·우뚝 섬)하는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변화는 미국의 극진한 환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한미동맹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한국 외교당국은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지역 안정+미국 견제’라는 외교목표를 추구하는 중국이 격상된 한미 동맹에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방미 직전 미래지향적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중국의 급부상을 아시아가 사실상 우려한다는 견해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밝혔다. 긴밀한 한미동맹의 수준을 감안할 때 못할 말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일변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앞으로 외교 당국은 국민에게 우리 정부의 새로운 외교 전략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워싱턴=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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