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지명훈]‘평의회 구성’ 갈등… KAIST 언제 제자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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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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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훈 사회부
지명훈 사회부
올봄 학생 연쇄자살로 격랑을 겪었던 KAIST가 또다시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혁신비상위원회가 요구했던 대학평의회의 구성 여부다.

교수협의회는 당연히 “서남표 총장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총장이 당시 혁신위 의결사항 모두를 즉각 수용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평의회는 교수들의 정책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학교 측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비록 약속을 했지만 학교 발전을 가로막을 우려가 있다면 재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용훈 교학부총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KAIST처럼 정부 과학정책을 실험적으로 수행하는 대학은 의사결정이 빨라야 하는데 평의회가 생기면 그렇게 하기 어렵다”며 “전임 총장들이 1998년 대학평의회 규정을 만들고도 평의회 구성을 유보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주요 사립대가 평의회 규정을 만들어 놓았지만 시행하지 않고 있고 서울대는 현재 의결기구인 평의회를 법인화법에서는 심의기구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이 평의회를 거부하는 것은 이 기구가 서 총장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규정상 평의회가 절반 이상 찬성으로 가결한 사안은 총장이 거부할 수 있지만 평의회가 다시 이를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가결하면 총장은 무조건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

양측은 현재 당초 천명한 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고 있다. 교수협 측은 서 총장이 혁신위 제안을 수용하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서 총장이 다급하니까 덜컥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교수협이 혁신위가 본질적으로 학생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대책기구였다는 점을 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평의회는 이전에도 계속 제기돼온 KAIST 교수사회의 해묵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침울했던 봄’이 지나고 학생들은 평상을 되찾았다. 당시 근조(謹弔) 리본으로 가득 찼던 온라인 학생 전용 게시판은 일상 얘기로 채워지고 학생들은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학교와 교수협은 모처럼 일상으로 돌아간 학생들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조속한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AIST에서 문제 해결을 할 때 누구나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학생들의 안정적이고 창의적인 학교생활과 KAIST의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라는 점이다.

지명훈 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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