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여성지휘자 서정美 물씬… 美 현대음악 산뜻한 해석

  • Array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합주능력 ★★★☆ 해석 ★★★★ 협연 ★★★☆

조앤 팔레타의 지휘로 20세기 미국 작곡가들의곡을 선보인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제공
조앤 팔레타의 지휘로 20세기 미국 작곡가들의곡을 선보인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제공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는 레퍼토리 구성에서 국내 다른 오케스트라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무대였다. 20세기 미국 작곡가들의 곡만으로 무대를 꾸몄기 때문이다. 존 코릴리아노(73)의 바이올린 협주곡 ‘레드 바이올린’은 아시아 초연이고 새뮤얼 바버(1910∼1981)의 교향곡 1번, 에런 코플랜드(1900∼1990)의 모음곡 ‘로데오’ 중 네 개의 댄스 에피소드도 국내 악단 연주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곡이다. 엇비슷한 관현악 곡목들의 홍수 속에서 KBS교향악단의 선곡은 신선했다.

이날 오케스트라를 이끈 여성 지휘자 조앤 팔레타는 지나치게 전위적이지 않은, 서정미까지 물씬 풍기는 이 현대음악 작품들을 산뜻하게 해석해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버펄로 필하모닉, 버지니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그는 KBS교향악단의 저력을 한껏 끌어냈다. 특히 촘촘하게 짜여진 현의 앙상블이 돋보였다.

‘레드 바이올린’은 1997년 나온 동명의 영화에 쓰인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영화 속 바이올린의 기구한 여정처럼 애달프면서도 격정적인 선율이 특징.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루드위그는 화려한 기교를 아낌없이 보여줬지만 때로 오케스트라를 앞질러 달려가 버리곤 했다.

휴식 후 2부에서 KBS교향악단은 몸에 더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정밀하게 음향을 엮어낸 바버의 교향곡 1번은 낯선 곡임에도 충분한 청중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코플랜드의 곡에서는 타악과 현악이 조화를 이루면서 생동감과 활기를 뿜어냈다. 미국 서부영화의 한 장면처럼 악단은 신나게 질주했다.

객석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KBS교향악단 고정 팬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열린 크고 작은 여러 연주회들에 비해 한층 성숙한 관람 분위기였다. KBS교향악단은 9월 29, 30일에 여는 정기연주회(지휘 찰스 올리비에리먼로)에서 피에르 메르퀴르의 ‘만화경’을 아시아 초연하고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