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05>柳下惠는 不羞汚君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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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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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6장에서 맹자는 伯夷(백이)와 柳下惠(유하혜)의 두 사례를 들어 정치 참여와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하게 한다. 맹자는 우선 백이의 狹隘(협애·좁고 갑갑함)함에 대해 말하고 이어서 유하혜의 不恭(불공·공손치 못함)함에 대해서 말을 한다.

유하혜는 춘추시대 魯(노)나라의 인물이다. 이름은 展獲(전획)인데, 字(자)가 禽(금)이라서 展禽(전금)이라 부른다. 柳下는 封地(봉지)이다. 齊(제)나라가 노나라를 침략했을 때 유하혜는 노나라 대부 臧文仲(장문중)에게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기는 방도를 일러주었다. 또 노나라 동문 밖에 爰居(원거)라는 바닷새가 날아와서 장문중이 새에게 제사 지내려 하자 국가전례를 명분 없이 더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맹자는 유하혜를 和(화)를 이룬 성인이라고 칭송하면서도 그가 去就(거취)와 관련해서는 不恭했다고 비평했다.

不羞汚君은 더러운 군주를 섬김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汚君(오군)은 善(선)을 행하지 않는 더러운 군주라는 뜻이다. 不卑小官은 낮은 관직에 취직함을 비굴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낮고 하찮은 벼슬을 小官, 높고 중요한 벼슬을 大官이라 한다. 進不隱賢은 벼슬에 나아간 뒤에는 자신에게 있는 재능과 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발휘한다는 말이다. 必以其道는 반드시 자신이 그간 공부한 올바른 도리를 가지고 奉職(봉직)했다는 말이다. 동사가 생략되어 있으므로 보완해서 풀이한다. 遺佚은 벼슬길에서 쫓겨나 버림을 받음이다. (애,액)窮(액궁)은 困窮(곤궁)과 같다.

고려 말의 崔瀣(최해)는 ‘仁人君子(인인군자)는 不卑小官하고 而以身先民事(이이신선민사)니라’라고 했다. 어진 이와 군자는 작은 벼슬에 취직함을 비굴하게 여기지 않고 몸소 백성들의 일을 우선시한다는 뜻이다. 유하혜의 不卑小官과 進不隱賢은 각 部處(부처)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는 민주사회에서 국가를 위해 봉직하는 공무원들이 지녀야 할 태도가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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