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볼트도 800m 넘으면 휠체어육상에 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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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육상 간판 홍석만, 42.195km 1시간27분04초 한국新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은 물었다. “바다거북하고 조오련이 시합하믄 누가 이길 것 같노.” ‘아시아 물개’로 이름을 날리던 조오련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단거리는 바다거북이 이겨도 10km가 넘는 장거리는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우사인 볼트 등 육상 각 종목 최고기록 보유자들이 휠체어를 탄 선수들과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단거리는 볼트가 이기겠지만 중거리(800m)를 넘어가면 휠체어육상이 더 빠르다.

한국 휠체어육상의 간판 홍석만(36·제주도청)이 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20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서 42.195km 풀코스를 1시간27분04초에 끊으며 한국 기록을 새로 썼다. 자신이 2009년 대회에서 세운 1시간29분50초를 3분 가까이 단축했다. 이봉주의 한국기록은 2시간7분20초.

이날 우승은 1시간23분3초를 기록한 마르셀 훅(25·스위스)이 차지했다. 홍석만은 전체 8위. 휠체어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은 스위스의 하인스 프레이가 1999년에 세운 1시간20분14초다.

훅은 휠체어육상 남자 800m(1분31초12), 1500m(2분54초51), 5000m(9분54초05), 1만 m(19분50초64) 세계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그의 800m 기록은 다비드 루디샤(케냐·1분41초01)가 갖고 있는 세계기록보다 10초가량 빠르고 1만 m 기록은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26분17초53)보다 6분 이상 빠르다.

반면 휠체어육상 100m, 200m 기록은 각각 13초76, 24초18로 볼트의 9초58, 19초19에 크게 뒤진다. 지난해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육상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윤병욱 대회 조직위원은 “다리로 뛰면 체중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전력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400m 안쪽이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면 손으로 바퀴를 굴리는 힘만 사용하기 때문에 덜 지치고 더 멀리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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