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딛고 다시 선 승엽 “더 강해진 나를 느낀다”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작년 10월 21일, 갑자기 엔트리서 빠졌다… 대신 무명선수가 올라왔다…
비참했다, 미칠 것 같았다”

명예 회복을 노리는 이승엽이 경산 볼파크 실내 연습장에서 매서운 표정으로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명예 회복을 노리는 이승엽이 경산 볼파크 실내 연습장에서 매서운 표정으로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6년 전 이맘때도 그랬다. 이승엽(35·오릭스)은 절치부심하며 고향 대구에서 한겨울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일본 진출 첫해였던 2004년 그는 야구 인생 최초로 좌절을 맛봤다. ‘국민타자’였던 그는 일본 투수들의 절묘한 제구력과 포크볼에 고전하며 타율 0.240에 14홈런, 50타점에 그쳤다. 명예 회복을 위한 길은 훈련밖에 없었다.

지난주 삼성 2군 훈련장인 경산볼파크에서 만난 이승엽에게선 당시와 비슷한 비장함이 엿보였다. 순둥이 같기만 하던 눈매는 날카로웠다.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쉼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마음먹은 대로 타구가 나가지 않자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몸 자체가 좋은 타격 자세를 기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요미우리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올시즌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명예 회복에 나선다.

○ 시련 속에 더 강해졌다


이승엽은 주니치와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2차전이 열린 지난해 10월 21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경기 직전 갑자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를 대신해 1군에 올라온 선수는 쓰부라야 히데토시라는 무명 내야수였다. 이승엽은 “얘기를 듣는 순간 정말 비참했다.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느꼈지만 이름도 아니고 연봉도 아니다. 역시 프로는 실력과 성적이 나와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연봉 1억5000만 엔에 오릭스와 계약한 그는 올해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승엽은 “1루 포지션엔 나 말고도 5, 6명이 경쟁한다. 내가 기회를 잡지 못하면 작년과 똑같은 꼴이 날 수 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시련 속에 더 강해진 나를 느낀다”며 “오릭스는 자칫 갈 곳이 없어질 뻔했던 나를 살려준 구단이다.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했다.

○ 팀 동료 박찬호,

경쟁자 김태균

박찬호(38)의 존재도 이승엽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일본 생활 8년 만에 한국인 팀 동료는 처음이다. 야구든 생활면이든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 김태균(29)에 대해선 묘한 경쟁 심리를 털어놓았다. 같은 퍼시픽리그에 속한 오릭스와 롯데는 올해 24번이나 맞대결을 벌인다. 이승엽은 “맞대결에서 태균이가 잘하고 내가 못하면 큰 상처가 될 것 같다. 태균이도 지지 않으려 하겠지만 나도 약한 모습을 보이긴 싫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내가 1루 땅볼을 많이 치는 편인데 1루수인 태균이가 잘해 주지 않겠는가”라고 농담을 던진 후 “그래도 임창용(야쿠르트)처럼 투타 대결이 아닌 게 다행이다. 서로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국내에서 훈련을 마친 뒤 26일경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경산=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