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칠순 시인의 깊고 소박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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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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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천양희 지음 128쪽·7000원·창비

‘새들은 몇 번이나 바닥을 쳐야/하늘에다 발을 옮기는 것일까/비상은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나도 그런 적 있다/작은 것 탐하다 큰 것을 잃었다/한수 앞이 아니라/한치 앞을 못 보았다/얼마를 더 많이 걸어야 인간이 되나’(‘새가 있던 자리’에서)

천양희 시인의 시들은 겸손하다. 올해 우리 나이 칠순에 이르는, 시력 46년의 이 시인은 새 시집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오래된 나무를 보다 진실이란 말에/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진실이란/말이 진실로 좋다 정이 든다는 말이 좋은/것처럼 좋다 진실을 안다는 말보다 진실하게/산다는 말이 좋’(‘진실로 좋다’)다고 읊는다. 소박한 듯 보이는 시편들은 그러나 깊다. 그 시들은 ‘그토록 고독을 사랑하사/고(苦)와 독(毒)을 밥처럼 먹고 옷처럼 입었’(‘성(聖) 고독’)던 시간들로부터 나온 것들이다.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되어 무릎 꿇어야 보이는 작은 것들을 생각한다”면서 그는 시선을 더 낮은 곳에 두기를 스스로에게 청한다. 칠순의 시인이 ‘아직 덜 되어서/언젠가는 더 되려는 것’(‘새가 있던 자리’)이라고 말할 때 읽는 이들은 숙연해진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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