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눈이 멀고, □□을 걷어차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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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6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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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대우로얄즈의 주전 골잡이로 활약한 이태호.
프로축구 대우로얄즈의 주전 골잡이로 활약한 이태호.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에서 활약하며 통산 181경기에서 57골, 27어시스트를 기록한 이태호 동의대 감독.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도 출전했던 그는 탁월한 골 감각을 지닌 특급 골게터였다.

그런 그가 '외눈 골잡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야 했던 것은 골문에서 볼을 다투다 상대 수비수의 발에 눈을 강타 당하면서부터였다.

이후 그의 오른쪽 눈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한쪽 눈만으로 경기를 하면서도 항상 득점 순위에서 상위 랭커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는 현역시절 필자에게 "공중볼은 잘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아 거의 감각에 의지해 헤딩슛을 날린다"고 털어 놓았다.

축구는 격투기 못지않게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야 하고 몸에 이렇다할 보호 장치도 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10여 년 전에 은퇴한 모 선수는 현역시절 중요한 부위를 다치기도 했다. 상대 선수에게 걷어차여 고환 한쪽을 다친 것.

나이지리아 선수에게 머리 부분을 차이고 있는 박주영(오른쪽).
나이지리아 선수에게 머리 부분을 차이고 있는 박주영(오른쪽).
당시에는 심각한 부상이어서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하지만 나중에 치료가 잘 돼 문제가 없어졌고, "기능에는 이상이 없냐~"라는 등의 주위의 농담에 씩 웃던 그 선수의 얼굴이 생각이 난다.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치명적 위험이 있는 스포츠로는 럭비, 아이스하키, 카레이싱, 스키, 미식축구, 복싱 등이 꼽힌다.

아이스하키의 경우 연습 도중 퍽에 급소를 맞아 선수가 사망한 경우도 있고, 스키에서는 지금은 스피드를 겨루는 제트스키라는 종목에서 활강을 하다 보호벽 등에 부딪치며 사망하는 사람이 계속 발생하자 아예 종목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다.

이중에서도 보호 장비가 전혀 없이 몸으로 맞붙는 럭비의 위험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부상 관련해서는 럭비 못지않게 위험한 게 축구. 그렇다면 축구선수들은 어떻게 이런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까.

우선 부딪쳤을 경우 상대가 튕겨 나갈 정도로 몸을 강하게 단련하는 게 필요하다.

최순호 강원 FC 감독은 현역시절 자전거 튜브로 만든 운동기구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 팀 훈련이 모두 끝나고도 숙소 자기 방에서 침대에 이 기구를 걸어놓고 다리를 단련하던 최 감독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때 그는 "이렇게 틈틈이 몸을 만들어 놔야 그라운드에서 자신감도 생기고 이에 따라 부상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마라도나(위).
수비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마라도나(위).
이와 함께 상대의 파울이나 태클을 피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도 한 방법.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축구 황제' 마라도나는 현역시절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로 무수한 태클을 당하곤 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도의 낙법과 비슷한 기술을 연마해 이를 극복하기도 했다.

요즘 카타르에서 한창 진행 중인 제15회 아시안컵축구대회.

이번 대회에서 중동국가들의 '침대축구'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침대축구'라는 용어는 선제골을 넣은 뒤 약간의 신체 접촉만으로도 그라운드에 벌러덩 누워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비꼰 것인데….

이런 '침대축구'를 하면 부상은 줄어들겠지만,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라운드에서 탈 없이 오래도록 활약하려면, 부상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몸과 기술을 갖춰야 하는 게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토털사커를 하는 요즘 축구스타들의 현실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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