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차 양적완화땐 환율전쟁 재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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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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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서울선언 한달… 예상과 반대로 아시아통화 약세-달러 강세
유럽 재정위기-한반도 리스크로 달러 선호도 높아져

지난달 12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을 진정시키기 위한 합의가 발표된 뒤 한 달간 각국 환율의 움직임은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 직후에는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높아지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G20이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정책’을 따르기로 하면서 신흥국의 자국 통화가치 낮추기 경쟁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반대로 미국은 6000억 달러의 돈을 풀기로 공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전망과 너무 달랐다.

○ 아시아 통화 약세, 미국 달러는 강세

G20 서울선언 직후인 지난달 15일과 이달 8일을 비교해보면 미 달러화 대비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가치는 대부분 절하됐다. 절하율은 일본 엔화(―2.4%) 한국 원화(―1.2%) 말레이시아 링깃화(―1.1%) 싱가포르 달러화(―1.0%) 인도네시아 루피아화(―1.0%) 태국 밧화(―0.7%) 중국 위안화(―0.1%)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미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같은 기간 3.1%나 올랐다. 환율전쟁의 중심축이었던 미국은 달러화 지수가 지난달 15일 78.518에서 이달 9일 현재 80.069로 강세다. 달러화 지수가 커지면 달러화 가치가 강해짐을 의미한다.

G20 이후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 큰 원인은 유럽 재정위기와 한반도 리스크다. 아일랜드발(發) 유럽 재정위기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져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워 강세가 예상됐던 원화를 약세로 이끌었다.

○ 미국 추가 양적완화, 유럽 재정위기가 복병

지금은 ‘환율전쟁’ 얘기가 잦아들었지만 내년에도 환율 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는 굵직굵직한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난관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실시 여부다. 이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4일 달러 추가 매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약(弱)달러를 꾀하고 있는데 경기가 계속 안 좋으면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2012년 대선을 앞둔 미국은 여론을 의식해 재정정책에 변화를 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손발이 묶이면 통화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3차 양적완화는 신흥국의 강도 높은 자본 유출입 규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고 몰려드는 핫머니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 런민은행은 핫머니 급증을 막기 위해 최근 외국기업이 정기예금 계좌에 위안화를 예치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자본이 대거 밀려오면서 브라질에서는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지수가 85,000대까지 치솟는 등 증시가 내년에 대활황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레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차기 총재는 “현 정부의 헤알화 환율방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국제 유동성 확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본통제 강화를 예고했다.

또 다른 복병은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유럽 경기가 악화되면 미국 경기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양적완화를 조치를 취할 것이고 G20 서울회의에서 달러화 가치를 시장에 맡기기로 약속한 국제공조를 깰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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