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안에 일본만화방이 있다고?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망가: 일본 만화의…’전

20대 남녀의 사랑과 꿈, 고뇌를 담은 일본만화 ‘소라닌’의 등장인물. 사진 제공 사무소
20대 남녀의 사랑과 꿈, 고뇌를 담은 일본만화 ‘소라닌’의 등장인물. 사진 제공 사무소
사적 공간에서 나홀로 ‘읽는’ 만화가 아니라 미술관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감상하는’ 만화를 접할 기회가 생겼다. 내년 2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화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망가: 일본 만화의 새로운 표현’전. 올여름 일본 미토예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전시로 한국을 거쳐 호주 필리핀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전시 기획자 다카하시 미즈키 씨가 2000년대 이후 발표된 일본 만화 중 발표의 형식과 내용에서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 9개 작품을 선정했고, 전시 디자이너 도요시마 히데키 씨가 2차원의 만화를 3차원 세계로 옮겨와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다. 2층 전시장에선 정체성을 고민하는 영웅 이야기를 다룬 ‘넘버 파이브’를 비롯해 연애 시뮬레이션에 빠져 현실세계에 매력을 못 느끼는 소년이 등장하는 ‘신만이 아는 세계’, 순정만화 ‘슈가슈가 룬’, 밴드활동을 다룬 ‘벡’, 해양모험 판타지 ‘해수의 아이’를 소재로 한 공간이 펼쳐진다. 3층에서는 웹을 통해 시작된 ‘센넨 화보’와 더불어 아사노 이니오의 ‘소라닌’, 구라모치 후사코의 ‘역에서 5분’, 니노미야 도모코의 ‘노다메 칸타빌레’를 만날 수 있다. ‘센넨 화보’와 ‘역에서 5분’을 빼고는 모두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작품들이다.

다카하시 씨는 “일본에서 만화가 하위문화로 인식된 시기는 1990년대 막을 내렸다”며 “2000년대 들어 만화는 메인 컬처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변화를 짚어내기 위해 ‘망가’전은 원화 소개에 치중하기보다 만화의 세계를 공간으로 표현해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각기 다른 만화의 세계를 개성적 공간으로 표현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꾸며낸 데는 전시디자이너의 공이 크다. 밴드활동을 하면서 성장하는 젊은이들을 소재로 한 ‘벡’의 경우 콘서트 장면을 3개의 스크린에서 사운드 없는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다. 만화처럼 음악을 마음으로 상상하도록 이끌어주는 공간이다. ‘노다메 칸타빌레’ 공간에선 자동 피아노를 통해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가 흘러나오고, 20대 남녀의 일상과 고민을 다룬 ‘소라닌’ 코너에선 주인공이 살 법한 원룸을 재현하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이드북도 만화로 제작했으며 전시장 1층에 만화방도 꾸몄다. 1500∼3000원. 02-733-894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