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테러에 대항하는 노숙인 집단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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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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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산드라의 거울/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임호경 옮김/전 2권·1권 472쪽, 2권 464쪽/각 권 1만1800원·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 씨의 시선은 역시 미래를 향하되, 새 소설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을 택했다. ‘카산드라의 거울’의 배경은 쓰레기하치장이다. 작가가 여행 중 돈을 도둑맞고 본의 아니게 노숙인 생활을 해야 했던 경험, 강연회에서 노숙인들과 토론을 했던 경험 등이 녹아 있어 현장감이 생생하다.

주인공은 미래를 예언할 수 있지만 자신의 과거는 모르는 소녀 카산드라. 자신의 예언을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저주에 붙들린 이 소녀는 기숙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도망쳐 나와 파리 외곽의 쓰레기하치장에 이른다. 거기서 만난 노숙인 집단은 왕년의 외인부대원, 전직 에로 영화배우, 아프리카 흑인 주술사, 컴퓨터 천재 김예빈이다. 이 노숙인들을 단단하게 뭉치게 해 주는 것은 모두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연대의식이다.

‘김예빈’은 베르베르 씨가 “한국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며 썼다”고 밝혔던 캐릭터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 어린 시절 난민으로 프랑스에 간 탈북자 출신으로 설정했다. 작가는 “우리가 귀를 기울이기를 거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소외의식 자체를 파고들기보다는 소외된 사람들이 펼치는 긴박한 모험 이야기를 펼치는 데 집중한다. 세계의 재앙을 예언하는 카산드라의 말을 노숙인들만이 믿어주고 재앙을 막기 위해서 의기투합하는 것이다. 소설은 이들이 테러에 대항하고자 세상 밖으로 나가 싸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노숙인들의 더럽고 불결한 모습, 거칠고 적나라한 욕설 등 쓰레기하치장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생생한 묘사는 베르베르 씨의 이전 작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한편으로 ‘5초 후 사망 확률’을 예언하는 시계 등 베르베르 씨 특유의 상상력 또한 여전히 기발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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