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이후 미국은]<상>민주당 패배, 왜?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바마에 등돌리고 티파티에 환호… 민심 ‘권력균형’ 택했다

미국 중간선거의 승패를 가른 이슈는 경제였다. 2008년 집권 이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지 못해 ‘선거 참패’라는 중간성적표를 받게 됐다. 민심이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작은 정부와 감세를 주장해온 보수 성향의 풀뿌리 운동조직인 티파티(Tea Party)가 돌풍을 일으킨 것도 결국 경제 문제와 연관된 것이다.

○ 체감경기 ‘쌀쌀’…민심 등 돌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후 2년간 수렁에 빠진 미국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86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해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국민의 숙원 과제인 건강보험개혁 법안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월스트리트를 개혁하기 위해 금융개혁 법안도 밀어붙였다. 선거에 임박해서는 전국 각지를 돌며 목이 쉬도록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국민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은 대통령의 현란한 말에 비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 취약한 나라살림 같은 경제 문제가 선거기간 내내 핵심 이슈였다. 막대한 세금으로 경기부양을 추진했지만 일자리가 새로 창출되기는커녕 실업률이 9%대 중반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결국 세금만 낭비했다고 표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우선 개혁과제로 꼽은 건강보험개혁 또한 재정적자 심화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 권력분점 선택한 미국 국민

AP통신은 의회권력이 의회로 넘어간 상황을 빗대 “워싱턴이 두 정당을 대표하는 두 명의 정치인(민주당의 오바마와 공화당의 베이너)이 지배하는 도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2012년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같은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처지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올해 중간선거를 관통하는 테마는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이었다. 현재 행정부와 상하 양원을 장악했던 민주당에 대한 미국인의 준엄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지 결코 공화당에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의 의회 소식통은 “오바마의 재선과 재기의 기회를 잡은 공화당의 정치적 장래, 그리고 미국경제의 부활 등 3가지 과제가 모두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권력과 공화당의 의회권력 간의 대타협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티파티 약진

공화당 예비경선 과정에 이어 본선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티파티는 향후 미국 정치권에 적잖은 힘을 지닌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티파티의 잠재적 리더로 떠오른 짐 드민트 후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63% 대 28%로 따돌리고 압승을 거뒀다. 플로리다 주 연방 상원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후보는 올해 39세의 소장파로 공화당의 차세대 주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고, 켄터키 주에서도 티파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랜드 폴 후보가 낙승을 거뒀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티파티 지지후보인 공화당의 니키 헤일리 후보가 인도계 이민자 후손의 여성후보로 주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로 기록됐다. 플로리다 주 역시 티파티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의 릭 스콧 후보가 당선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 주는 티파티 운동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게 됐다.

○ 험난한 앞날 예고

오바마 대통령의 향후 경제정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세와 재정지출 축소를 경제정책의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는 공화당은 건강보험개혁법 철폐와 금융개혁법의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 것을 선거과정에서 일관되게 강조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재정건전화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예산지출 승인을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둘러싼 공화당과의 이견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와 공화당이 반대를 표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 6개년 계획의 처리 방향이 향후 상생 정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