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하녀 자매의 음습한 삶… 뒤틀린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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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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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녀들’
연출 ★★★★ 연기 ★★★★ 무대 ★★★★

기괴하고 음습하다. 배우들의 광기 어린 연기는 슬프고도 처절하다. 부조리극의 대가 장주네 원작의 연극 ‘하녀들’. 사진 제공 푸른달
기괴하고 음습하다. 배우들의 광기 어린 연기는 슬프고도 처절하다. 부조리극의 대가 장주네 원작의 연극 ‘하녀들’. 사진 제공 푸른달
여기 두 명의 하녀가 있다. 마담에게 온갖 학대와 멸시를 받는 버러지 같은 인생들이다. 동생 클레르(김민지)는 “거미가 되는 것도, 걸레가 되는 것도 싫어”라고 울부짖고, 언니 솔랑주(고우리)는 “마담을 죽여 널 해방시켜 주고 싶다”고 말한다. 절망에 빠진 이들은 마담(김효수)을 독살할 계획을 꾸민다.

1일 무대에 오른 극단 푸른달의 연극 ‘하녀들’(연출 박진신)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프랑스 출신의 부조리 극작가 장 주네의 작품. 1910년 파리의 빈민구제국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절도, 위조, 사기, 남창, 마약밀수 등 뒷골목 생활을 했던 그의 인생처럼 공연은 내내 음습하다. 1933년 프랑스에서 하녀로 일했던 파팽 자매가 주인 모녀를 참혹하게 살해한 뒤 침대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다 붙잡힌 사건을 토대로 했다.

하녀 자매는 현실과 상황극을 넘나들며 자신의 고통, 울분, 좌절, 분노를 토해낸다. 철봉대처럼 생긴 ‘프레임’의 안과 밖을 넘나들 때마다 이들의 인격과 감정은 돌변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떠날 줄 모른다. 하지만 마담 앞에서는 약자일 뿐. 클레르는 다량의 수면제를 넣은 차를 무릎 꿇고 건네며 “한 모금만 드세요”라고 애원한다. 마실 듯 마실 듯 애간장을 태우던 마담은 정작 마시지 않는다. 간절했던 탈출구가 사라진 하녀들은 스스로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복잡하고 미묘한 배우들의 심리 묘사는 절제된 음악과 간결한 무대 장치로 집중력 있게 펼쳐진다. 세 개의 프레임을 누이거나 겹쳐서 표현한 다락방, 창문, 옷장 등은 깔끔하게 표현됐다. 바보처럼 어정쩡하게 선 클레르, 앉은 채 기괴하게 고개를 뒤로 젖힌 솔랑주의 인상 깊은 자세는 마임이스트 출신 연출가의 개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일부 배우는 광기 어린 대사를 속사포처럼 내뱉을 때 발음이 새는 게 흠이었다.

극단 측은 공연 후 “마담이 주는 것입니다”라며 관객 모두에게 따뜻한 차를 내줬다. 애처롭게 사라져간 하녀 자매가 주는 것이면 더 찡할 뻔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1만∼1만5000원.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숭무대소극장. 02-466-2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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