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중앙부처 세종시 이전 앞두고 술렁이는 과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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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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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비면 상인들도 떠나 도시 기능 잃을 것”

2014년까지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확정되면서 경기 과천시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과천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나 거주하는 주민 모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주민들은 지역 공동화(空洞化) 현상과 아파트 가격 하락을, 공무원들은 출퇴근 및 이사 문제로 걱정하고 있다.

과천시의 경우 전체 면적의 89.6%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다. 시가지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천청사가 텅 빌 경우 당장 ‘공동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주민 정모 씨(38·여)는 “넓은 면적의 청사가 비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재개발을 한다는 계획이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사가 비는 것도 문제지만, 상인들도 덩달아 떠나 도시 기능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특별회계 마련, 규제 완화 등을 담은 ‘과천지원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12년 1차 이전 대상인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소속 공무원들의 불안감과 불만도 크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부처가 새로 터를 잡으면, 소속 공무원 역시 당연히 가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직원들을 봐도 혼자 가지 가족과 함께 간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실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공무원 설문조사 결과 “혼자 이주하겠다”고 답한 공무원이 전체 응답자의 35.4%에 달했다. 12.3%는 “아예 이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미혼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세종시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결혼시장에서 몸값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회가 있는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문제도 또 다른 고민거리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장관을 포함한 고위공무원은 지금도 청와대-국회-과천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세종시로 가게 되면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낼지도 모른다”며 “공무원의 업무가 사무실에 틀어박혀서만 하는 것이 아닌데, 서울에서 열리는 외부 행사에 참석하려면 그날 업무를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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