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독도는 한국땅’ 고지도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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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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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의 전쟁/서정철·김인환 지음/404쪽·2만 원·동아일보사

독일의 동양학자 율리우스 클라프로트가 번역한 ‘삼국통람도설’. 일본학자 하야시 시헤이가 그린 지도를 번역한 이 지도에는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표기됐다.
독일의 동양학자 율리우스 클라프로트가 번역한 ‘삼국통람도설’. 일본학자 하야시 시헤이가 그린 지도를 번역한 이 지도에는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표기됐다.
지도에는 인류의 역사가 함축돼 있다. 사람들은 새롭게 아는 세계를 지도에 그렸고 새로운 땅을 발견할 때마다 덧붙였다.

이 책은 서정철 전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교수와 그런 남편을 보며 고지도의 매력에 빠진 김인환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함께 엮었다.

이들은 기원전 500년경 석판에 새겨진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부터 1894년 프랑스 신문에 실린 한국지도까지 고지도 160여 점을 소개했다. 그것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오늘날 곳곳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토 문제를 풀어나간다.

저자들이 주목한 것은 한국의 영토문제다. 예부터 전해오는 고지도에 동해의 표기가 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18세기 프랑스 지도 제작자 기욤 드릴은 자신의 세계지도(1700)에 동해를 ‘Mer Orientale’이라 썼고 이 명칭을 ‘Mer de Coree’(한국해)와 같은 이름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18세기 대부분의 지도 제작자들은 ‘한국해’라는 표기를 썼다.

하지만 동해안을 탐사한 뒤 솔로몬 군도 인근에서 사망한 장 프랑수아 드갈로 라페루즈(1741∼1788)의 항해일지와 지도첩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을 계기로 지도 제작자들이 ‘일본해’ 표기를 썼다고 저자들은 분석했다.

저자들은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해답도 지도에서 찾았다. 독일의 동양학자 율리우스 클라프로트는 일본 지리학자 하야시 시헤이가 1785년 만든 ‘삼국통람도설’을 1832년 번역해 출판했다. 클라프로트는 이 번역본에 있는 지도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주석을 별도로 달았다. 이 밖에 1400년경 아랍 상인들이 ‘Cory’라 부르던 한국의 이름이 ‘Coree’와 ‘Corea’를 거쳐 ‘Korea’로 변한 사실도 전한다.

이 책에서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을 갖춰 가는 고지도를 보면 한 나라의 지도 제작이 활성화되는 시기와 국력이 커지고 해외로 진출하는 시기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르네상스 시기엔 이탈리아가, 18세기엔 프랑스가 지도 제작의 강국이었다. 저자 서정철 씨는 “고지도는 영토 문제 등 우리와 밀접한 문제의 해답이 들어있는 보물창고의 ‘열쇠’”라고 전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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