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묵은 15∼26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한국서예관에서 열리는 ‘제1회 이심전심 부처님오신날 기념 서예전’에서 선보인다.
유묵은 소설가 정찬주 씨가 법정 스님에게서 받아 보관해온 것이다. 5점 가운데 한글로 쓴 3점은 1970, 80년대 법정 스님이 전남 순천시 송광사 불일암에서 수행할 때 썼고, 한문 2점은 1990년대 스님이 강원도의 한 오두막에 기거할 때 쓴 것이다.
유묵 중 ‘無染山房(무염산방)’이라고 쓴 것이 가장 돋보이는데, 이는 스님이 정 씨의 작업실 현판용으로 선물한 것이다. 무염은 법정 스님이 내린 정 씨의 법명(法名)이다. 이 작품 중 ‘山’자를 2개의 삼각형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법정 스님이 당시 정 씨가 살던 전남 화순군 이양면 쌍봉산의 두 봉우리를 그림처럼 나타낸 것이다.
김순기 한국서예관장은 “이 작품은 스님의 성품을 가장 많이 닮았다”며 “산을 삼각형으로 표현해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며, 전체적으로 소박하면서도 기상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스님은 이 작품에 낙관을 찍지 않았는데, 이는 자신의 글씨임을 내세우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정 씨는 전했다. 법정 스님은 나중에 낙관을 찍지 않은 점을 미안해하며 낙관을 찍은 똑같은 글씨 하나를 정 씨에게 선물했다.
스님이 한글로 쓴 3점에는 ‘흐르는 물은 산을 내려와도…’로 시작하는 고려시대 백운 화상의 어록 중 일부, ‘명산에는 좋은 차가 있고…’라고 쓴 즉석 자작 시(詩),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옵고…’로 시작하는 삼귀오계(三歸五戒·재가불자들에게 내리는 계율)를 담았다.
스님의 맏상좌인 덕조 스님은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님은 불일암에 계실 때 지인들에게 글씨를 많이 내렸고 특히 한글 서예를 즐기셨다”며 “글씨 쓰는 이유를 여쭈면 ‘먹물이 남아서 붓장난 좀 한다’며 부끄러워하곤 하셨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는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서옹 스님 등 불교계 원로들의 서예작품 50여 점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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