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꽃 담장에 곱게 새긴 선조들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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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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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옛집과 꽃담/이종근 지음·유연준 사진/336쪽·2만 원·생각의나무

정겨운 옛집과 낭만적인 꽃담. 서울의 창덕궁과 종묘, 충남 서산의 개심사와 공주 마곡사, 충남 예산의 선비 이남규 고택, 강원 고성의 왕곡마을, 전북 임실의 영모재 등 전국 30여 곳의 담장과 굴뚝, 합각(지붕 측면 삼각형태의 벽)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책이다. 옛집 담장엔 집주인의 소망, 건물을 지은 목수와 장인들의 미감이 담겨 있다. 담장은 행인과 늘 만나는 살아있는 현장미술이기도 하다.

옛집의 위치와 용도에 따라 담장의 미학도 다르다. 저자는 창덕궁 대조전의 담장과 굴뚝에서 왕실문화의 화려함과 장중함을 발견한다. 조선조 역대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담장은 그 분위기가 또 다르다. 일정한 크기의 돌을 줄 바르게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통나무 서까래를 얹었다. 질서정연하고 반듯하다. 제사공간인 종묘에 어울리게 장식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간결함 속에 엄숙함을 담아냈다.

사찰이나 민가의 담장엔 기와를 넣어 무늬를 장식한 경우가 많다. 암키와와 수키와를 꽂아 다양한 모양을 연출한다. 그 가운데 꽃무늬가 가장 많다. 이런 담장을 꽃담이라고 한다. 예산 이남규 고택의 합각은 한 송이 탐스러운 꽃이 피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임실 영모재의 흙담은 황토에 돌을 숭숭 넣고 암키와를 이용해 예쁜 꽃을 만들어냈다. 투박하지만 단정하고 정겹다.

기와조각을 켜켜이 쌓아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담장이나 굴뚝도 적지 않다. 서산 개심사의 굴뚝은 기와조각과 흙이 만들어내는 질박한 아름다움이 매력적이다. 고성 왕곡마을에선 다양한 모양의 굴뚝과 담장을 만날 수 있다. 돌과 흙, 기와가 어우러져 추상적인 멋을 보여준다. 무심히 돌을 얹고 흙을 올리고 기와를 끼워 넣은 듯하지만 거기 담긴 미감은 보통이 아니다. 태극무늬와 亞(아)자, 龍(용)자, 靑(청)자 무늬를 리듬감 있게 배치한 임실 녹천재의 담장도 좋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꽃담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거기서 미처 몰랐던 전통문화의 멋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 전국 18곳 돌담길에 대한 정보도 간략히 덧붙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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