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신라왕의 정치운명, 혜성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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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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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서영교 지음/271쪽·1만3000원·글항아리

서구에서 흘러온 근대사상과 접하기 전까지 동양사회를 지배한 정치사상의 하나가 유교의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이다. 중국 전한의 유학자 동중서가 체계화한 이 이론은 한마디로 천재지변과 군주의 정통성이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고대전쟁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신라, 특히 통일신라시대 후반의 수많은 정변을 혜성과 연관된 천인상관설의 산물로 풀어냈다. 예를 들어 836∼839년 희강왕(김제륭) 민애왕(김명) 신무왕(김우징)의 집권이 837년 핼리혜성과 838년 대혜성의 출현과 맞물린다. 신무왕의 쿠데타를 도왔던 장보고가 841년 허무하게 암살되기 전에 혜성이 출현했다.

호시탐탐 왕위를 탐내던 세력들이 혜성의 출현을 놓고 최고 권력자의 운세가 다했기 때문이라면서 자신들의 혁명을 정당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청해진이란 강력한 군사집단이 장보고의 암살만으로 와해된 것 역시 이를 혜성 출현으로 예고한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란 것.

고대사의 관점을 천체과학으로 확대한 점이 신선하다. 중국과 일본의 혜성관측기록을 토대로 혜성 관련 기록은 딱 한 차례밖에 없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정치적 사건들을 재해석한 추론도 치밀하다. 그러나 신문왕이 고구려 유민을 혜성 출현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피뢰침으로 삼았다는 음모론적 추론은 좀 과하게 느껴진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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