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흡연자는 교수형… 페달 비행기… 베르베르 유머 코드에 웃음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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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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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임희근 옮김/296쪽, 304쪽·각 권 9800원·열린책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단편 17편을 모은 새 소설집을 펴냈다. 개미들의 세계, 두뇌의 비밀에 이어 신들의 나라에 이르기까지 그는 과학, 신화, 철학 등이 어우러진 기발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단편집은 ‘나무’에 이어 두 번째다. 두 권의 소설집 안에는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을 개성 넘치게 발휘한 공상과학(SF)적 작품들을 비롯해 아주 짧은 콩트, 자전적 면모를 담아낸 단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공통점이 있다면 줄곧 허를 찔러 뒷이야기를 예상하기 힘들게 만드는, 재기 넘치는 서사 전개와 한 페이지에 한 번 정도는 반드시 ‘빵 터지는’ 유머 코드다.

‘환경 파괴범은 교수형’에서 그는 환경오염이 지구 종말을 우려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도달한 뒤 완전히 달라진 미래인들의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자동차 운전, 흡연, 모터 사용, 공장 가동, 폭죽 등은 금지된다. 이 모든 것은 지구 환경을 파괴해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죽이는 행위이므로 규칙을 어긴 이들은 교수형을 당한다. 이런 이들을 적발하는 일을 맡는 ‘반오염경찰(PAP)’도 있다. 강철 활, 방패로 무장하고 말을 타고 다니는 기마대는 총을 든 오토바이족을 소탕하러 다닌다.

이런 사회에서 원거리 여행은 어떻게 할까. 비행기와 자동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단, 제트엔진 항공기와 똑같은 외양을 한 비행기의 날개에는 거대한 헬륨 풍선이 들어 있으며 승객들은 기내에서 페달을 밟아 나선형 프로펠러를 돌린다. 포드, 현대, BMW, 볼보 자동차도 역시 페달형이다. 전직 PAP 요원이었으나 사설탐정으로 활동하게 된 주인공의 추격전은 그래서 웃음을 자아낸다. 미친 듯이 페달을 밟으면 나오는 속도가 시속 45km. 작가는 이처럼 유머러스한 상황을 곳곳에 배치하면서 쾌락 때문에 우리의 터전과 미래 세대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현대인의 이기주의를 비판한다.

‘안개 속의 살인’은 좀 더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지닌 위트 넘치는 단편.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개인적인 경력이 반영된 듯한 작품이다. 대학졸업 후 지방 신문에서 연수 받던 시절에 취재했던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새내기 견습 기자가 성공적으로 취재한 사건의 전말이 각종 부조리한 농간과 억지 논리, 궤변에 묻히게 되는 과정을 희극적으로 그렸다.

서문에서 작가는 “단편소설은 작가라는 장인의 공방 같은 것이다. 그 속에서 갖가지 형식, 체제, 관점, 서술방식을 실험할 수 있다”고 썼다. 그 말처럼, 경호원이 유명 방송인의 추잡한 인격을 독백체로 폭로한 ‘존중의 문제’, 최면술로 체험한 환상적인 전생을 다룬 ‘아틀란티스의 사랑’ 등 소재, 서사방식, 배경 등이 다채로운 작품들이 한데 실렸다. 순서에 상관없이 끌리는 부분부터 골라 읽어도 좋을 듯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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