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日, 한국기업 배운다지만 日의 오늘은 우리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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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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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재발견/이우광 지음/342쪽·1만3000원·삼성경제연구소

고도성장을 이룬 세계 2위의 경제대국, 혹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나라. 일본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다. 어떤 이는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쪽은 일본에서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1978년부터 10년간 일본에서 유학했고 이후 20여 년간 일본을 연구해온 경제학자다. 그는 “실제 일본은 ‘고도성장’과 ‘잃어버린 10년’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일본의 ‘현재 모습’을 면밀히 관찰한다.

저자는 “일본의 변화는 젊은층에서 시작되었다”라며 “이들을 알지 못하면 오늘날의 일본 역시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본 젊은층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하류’를 꼽는다. 단순히 소득이 적은 것 외에도 삶에 대한 의욕이 총체적으로 낮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이나 학교에도 가지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니트족 모두 ‘하류 지향’인 셈이다.

이런 젊은이가 늘어난 것은 그들의 ‘현재지향형 사고’ 때문이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자란 탓에 당장 교환가치가 없는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직, 승진 등 먼 미래의 불확실한 성취보다는 지금 당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길 바란다는 뜻이다.

이 같은 경향은 일본 중류층 붕괴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된다. 일본인의 연간 평균 급여는 1997년 467만 엔에서 2008년에는 429만6000엔으로 줄어들었다. 연소득 300만 엔 이하를 하류층으로 분류했을 때 현재 전체 일본 국민의 40%가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일본 사회의 ‘하류화’는 젊은층에서 시작한다. 기업이 불황기에 신입사원 채용을 줄여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이익은 인건비보다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사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저력을 갖고 있다. 저자는 새롭게 주목받는 일본 기업에서 저력의 근거를 찾는다. 의류, 보석 등 그간 산업의 중심이 아니었던 상품을 생산하고 독특한 기업철학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니클로, 미라이공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본 제조업 역시 특유의 ‘스리아와세’(서로 부딪히며 세밀하게 맞춰나간다는 뜻) 정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국제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는 도쿄의 재개발 현장, ‘망가’로 대표되는 일본의 소프트파워, ‘하류’로 살아가며 최소한의 소비만 하지만 ‘소셜소비’(사회공헌을 지향하는 소비 행동)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일본 젊은층의 이면 등에도 주목한다.

오타쿠, 초식남, 프리터…. 모두 일본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단어이자 일본에서 만들어져 한국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신조어들이다. 그만큼 현재 일본이 겪는 사회 현상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이 겪는 문제 역시 가까운 미래에 한국 기업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일본을 객관적으로 보는 균형감각’이 필요한 이유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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