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거침없이 풀어낸 中성현들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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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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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이중톈 지음·심규호 옮김/728쪽·2만9500원·에버리치홀딩스

2월 11일 국내 개봉하는 저우룬파(周潤發) 주연의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에서 주인공 공자는 “후세 사람들이 내가 남긴 글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또 오해할 것”이라고 독백한다.

공자, 맹자, 노자….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중국 성현의 이름. 하지만 이들을 이해할 글의 길 찾기는 쉽지 않다. 한자 빽빽한 논어나 도덕경 원문에 도전했다가 질려버리거나, 쉽게 풀어 썼다는 이야기 글에서 변죽만 울리기 일쑤다.

제목 단출한 이 책의 지은이는 중국 샤먼(廈門)대 인문대학원 교수다. 문학, 역사학은 물론 예술학, 미학, 심리학, 인류학을 폭넓게 공부했다. 2005년부터 중국 국영 CCTV에서 초한지와 삼국지를 주제로 한 강의를 진행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기를 얻었다.

제자백가에 대해 거침없이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흥미로운 강의처럼 날렵하지만 얄팍하지 않다. 짤막짤막 끊어 쓴 문장들이 머뭇거림 없이 가뿐하게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하지만 매끈한 이음매마다 묵직한 고민의 고리가 뿌듯하게 밟힌다.

논어 제14편 ‘헌문(憲問)’ 중에서 공자는 인물됨의 우열을 비교하기 좋아하는 제자 자공에게 “사(賜·자공의 이름)야, 너는 참으로 현명한가 보구나! 나는 그럴 겨를이 없는데…”라고 말한다. 자신을 잘 다스리면 그뿐,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가르침이다. 이중톈 교수는 이 내용을 교훈적 주제로 강조하지 않는다. 그저 자공이라는 인물을 전반적으로 스케치하는 부분에 휙 스쳐가듯 삽입한다. 하지만 그 울림은 노골적인 훈화보다 크고 깊다.

머리말에 밝혔듯 책의 무게중심은 ‘백가쟁명을 시작하고 끝낸’ 공자와 유가(儒家)에 뒀다. ‘넘어설 수 없지만 넘어서야 할 사람, 말로 할 수 없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우회하여 돌아갈 수 없는 주인공’ 공자에 대한 이야기로 첫 장을 연다. 그 뒤 유가 사상이 묵가, 도가, 법가와 벌인 논쟁으로 차례차례 다음 장을 엮어간다. 앞에서 벌여놓은 글이 뒷이야기의 재료다. 유가를 갈무리한 뒤에 바로 이어 묵자가 왜, 어떻게 유가를 비판했는지 차분히 덧붙여 가는 식이다. 맹자는 공자와 어떻게 다른지, 장자는 노자를 어떤 식으로 비껴갔는지. 촘촘히 갈리는 비교가 독자를 끝까지 편안하게 인도한다. 설령 하나의 오해일지라도, 뿌리치기 힘들 만큼 푹신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세공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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