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겸재를 기죽였던 당대 최고의 문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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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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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윤두서 박은순 지음/376쪽·2만3000원·돌베개

종이를 뚫고 세상을 넘어설 듯한 강렬한 기세가 담긴 눈빛, 살짝 올라간 눈매에 약간 살집이 있는 불그레한 혈기를 보이는 얼굴이 장수처럼 씩씩하다. 풍성한 수염이 위엄을 더한다. 반면 눈빛의 한구석에는 깊은 우수가 서려 있다. 조선시대 문인화가 공재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이다.

이 책은 윤두서의 생애와 학문, 그리고 작품 세계를 담았다. 그는 기호 남인을 대표하는 집안 중 하나인 해남 윤씨 집안의 종손이었다. 그는 명문가의 자제로 권세를 누릴 수 있었지만 남인과 노론, 소론 간 당쟁이 심화하면서 주변 인사들이 유배를 가거나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집안을 보전하기 위해 은둔의 삶을 택했다.

그는 근기 남인학파가 발전하는 데 기초를 닦았다. 성호 이익과 교류하며 조선 후기의 새로운 사상과 학문, 예술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했다.

동시대 인물인 겸재 정선보다 당시에는 윤두서의 그림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그린 자화상은 서양화법에서 유래한 음영법을 구사한 최초의 영정이다. 말과 바람에 나부끼는 버드나무를 생동감 있게 묘사한 ‘유하백마도’,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서민 여성의 뒷모습과 자세를 자세히 관찰한 ‘나물 캐는 여인’ 등은 미술사에 남을 만한 걸작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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