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기발함과 파격… 게리 건축예술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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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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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밀드레드 프리드먼 엮음·이종인 옮김/240쪽·1만5000원·미메시스

캐나다 출신의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81)는 현대건축의 특이점(特異點)이다. 건축물에 대한 전통적 평가 기준은 그가 빚어낸 형태와 공간 앞에서 힘을 잃는다. 곡면과 외장재 사용의 기발함과 능수능란함은 게리의 건축에 대한 긴 이야기의 서문 몇 줄에 불과하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캘리포니아 베니스의 치애트데이 본사 등 그의 건물은 직접 방문하지 않고 사진으로 한번 봐도 잊기 힘든 스펙터클을 지녔다. 빌바오 미술관의 굽이치는 티타늄 표피는 거대한 외계생명체를 연상시킨다. 쌍안경을 세워놓은 모양의 치애트데이 사옥은 파격적 혁신과 몰상식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게리의 건축은 어지간한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고차원적 주제일까.

‘프랭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계’라고 부제를 붙인 이 책은 난해해 보이는 공간에 대한 건축가의 담백한 안내문을 담았다. “디즈니홀 작업을 할 때 바람을 안고 팽팽해진 돛의 아름다움에 매혹됐다”는 소박한 고백이 괜한 염려를 가라앉힌다. 건축학도가 아니라면 마이클 소르킨의 비평 부분은 그냥 뛰어넘기를 권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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