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경제 ‘거침없이 하이킥’… 10년새 국민소득 3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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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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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로 中반환 10년… 세계1위 카지노 도시

카지노-관광 쌍두마차, 복합레저에 ‘미래 베팅’
1국 2체제 자치권 유지
中정부 SOC 등 전폭 지원, 주하이-홍콩과 Y자 연결
29.6km 강주아오대교 착공

마카오 카지노 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베네시안 마카오 카지노. 세계에서 가장 큰 카지노이자 고급호텔과 대형
공연장, 컨벤션센터가 함께 들어서 있다. 화려한 시설 속에 테이블마다 관광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제공 샌즈 차이나
마카오 카지노 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베네시안 마카오 카지노. 세계에서 가장 큰 카지노이자 고급호텔과 대형 공연장, 컨벤션센터가 함께 들어서 있다. 화려한 시설 속에 테이블마다 관광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제공 샌즈 차이나
#장면 1

“다들 소득이 높아졌죠. 치안이 안정적이고 일자리도 많죠. 정부 지원까지 풍족합니다. 집값 비싼 것만 빼곤 모두 괜찮아요.”

15일 홍콩에서 서쪽으로 64km 떨어진 마카오의 중심부 세인트 폴 성당 유적 앞은 성탄절과 20일 마카오 중국 반환 10주년 기념일이 겹치면서 축제 분위기가 넘쳐났다. 이곳에서 마카오 특산 과자류를 파는 점포 ‘쥐지서우신(鉅基手信)’의 량찬광(梁燦光) 이사장은 중국 반환 10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회사는 직원이 2명인 점포 1곳에서 10년 동안 현재 점포 10곳, 직원 400명으로 도약했다.

#장면 2

14일 밤 마카오의 대표적 카지노 ‘베네시안 마카오 카지노 리조트’ 카지노장은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거웠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마다 적게는 수백 홍콩달러에서 많게는 수십만 홍콩달러에 해당하는 칩을 쌓아놓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또 카지노장에선 곳곳에서 중국인들이 게임당 1∼10홍콩달러(약 150∼1500원)를 걸고 즐기고 있었다. 최소 판돈이 1000홍콩달러(약 15만 원)인 10여 곳의 VIP룸에도 손님이 많았다. 축구경기장 3개 크기인 이 카지노는 열기로 가득했다.

2009년 12월 20일.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가 중국 대륙의 품으로 400여 년 만에 돌아온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마카오의 반환은 서구의 오랜 아시아 지배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마카오는 1국가 2체제(일국양제·一國兩制·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고도 자치)라는 정치실험 속에 번영하고 있다. ‘음습한 도박의 섬’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레저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또 대주장(大珠江) 강 삼각주의 핵심으로 중국의 미래를 이끄는 도시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 모든 것을 바꾼 천지개벽의 10년

리청쥔(李成俊) 마카오일보 이사장은 최근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10년의 변화는 앞서 수백 년 변화보다 크다”고 말했다. 마카오 주민들은 삶의 질에 매우 만족했다. 마카오의과대 황자화(黃嘉華) 의사는 “살기가 참 좋아졌고 주민들이 아프면 정부에서 상당한 의료보장을 해주는 등 복지도 좋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마카오는 1996년부터 주권이 반환된 1999년까지 내리 4년을 마이너스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카오의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보다 3.6배 늘었다. 연평균 13%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한 결과다.

1인당 GDP도 1999년 1만3844달러에서 지난해 3만9377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2006년 홍콩을 제쳤고 지난해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실업률은 1999년 6.3%에서 2008년 3%로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한때 마카오를 ‘여행하기 불안한 지역’으로까지 만들었던 범죄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마카오의 번영으로 홍콩 주민들도 이곳으로 옮겨오고 있다. 마카오 통계국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의 마카오 이주는 2003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전년 대비 56.3%나 많은 8171명의 홍콩 시민이 마카오로 이주했다.

이곳 주민들은 마카오 반환 10년에 대해 찬양 일색이다. 최근 마카오 이공대의 일국양제연구센터는 마카오에서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무려 95%의 주민이 일국양제가 성공했다고 응답했다. 또 71.3%가 중국 중앙정부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취안윈중(權允中) 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카오가 경제와 민생 부문에서 역사상 가장 좋은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

마카오는 1850년대 도박산업 합법화 이래 카지노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2007년 마카오 정부 재정수입의 70%를 카지노 산업이 담당했다.

마카오 정부는 2001년 카지노의 독점 영업권을 해제하면서 샌즈그룹 등 해외 거대 민간 카지노 자본의 상륙을 허락했다. 또 중국 정부는 2003년 중국 본토인의 마카오 방문을 허용하면서 마카오 카지노 산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2006년 이후 마카오 카지노산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만 2300만 명이 마카오를 찾아 도박을 즐겼다. 이들 중 1160만 명이 중국 본토인이다. 현재 마카오에는 40여 곳의 카지노장이 성업 중이다.

특히 2007년 코타이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인 베네시안 마카오 카지노 리조트가 문을 열면서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이 리조트는 세계 최대의 카지노장뿐만 아니라 1만5000석 규모의 공연장, 초대형 컨벤션센터, 쇼핑몰,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옮겨놓은 듯한 거리 등을 갖췄다. 또 호화호텔 4곳과 대형 카지노장 등도 추가로 공사하고 있다. 모든 계획이 완성되면 스위트룸으로만 2만 개의 객실을 갖춘 초호화 리조트가 들어선다.

석동연 주홍콩 한국총영사는 15일 “이 리조트로 마카오 카지노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다”며 “마카오는 도박의 도시에서 대형 전시와 복합레저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카오의 밝은 경제적 미래

마카오 주민들은 중국 중앙정부의 마카오 투자를 ‘큰 선물’이라 부른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중국 정부는 모두 9개의 큰 선물을 선사했다고 최근 전했다.

그중 하나인 강주아오(港珠澳)대교는 15일 착공됐다. 바다를 가로질러 마카오와 중국 광둥(廣東) 성 주하이(珠海)를 홍콩과 ‘Y자’로 잇는 총연장 29.6km의 다리다. 5년 뒤 이 대교가 완공되면 홍콩에서 마카오와 주하이 간 이동거리는 기존 각각 1시간 안팎에서 20분 안쪽으로 크게 단축된다. 또 올해 주하이 앞바다의 헝친(橫琴) 섬을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개발해 섬의 일부를 마카오에 임차하는 것도 추진된다. 마카오처럼 일국양제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3개 지역이 경제적으로 통합될 경우 홍콩(금융), 광둥 성(제조업), 마카오(레저) 등 각 지역의 장점이 극대화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마카오 정부의 기대다. 마카오가 ‘축복받은 도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국이 큰형이 되니, 마카오는 두려울 것이 없네”라는 최근 마카오에서 유행하는 노래 ‘마카오, 나의 집(澳門我家)’의 한 구절처럼 마카오는 중국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빈부격차-부패 늘어… 민주적 자치권 확보도 과제

마카오 반환 10주년(20일)을 앞둔 14일 마카오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빌딩에 ‘경축 회귀(반환이라는 뜻) 10주년’이라고 쓰인 대형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마카오=이헌진 특파원
마카오 반환 10주년(20일)을 앞둔 14일 마카오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빌딩에 ‘경축 회귀(반환이라는 뜻) 10주년’이라고 쓰인 대형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마카오=이헌진 특파원
■ 고도성장의 그늘

마카오의 장밋빛 미래를 꽃피우기에는 장애물이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부패와 빈부격차다. 마카오는 경제적으로는 비약했으나 권력이 행정에 집중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006년 말 마카오의 5대 행정부처 가운데 하나인 운수공업부분의 총책임자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에 대한 사법처리가 늦어지면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2007년 5월 1일 노동절에 마카오 주민 1만2000명이 거리로 쏟아져 부패척결과 외부 유입인구에 대한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당시 에드워드 허(중국명 허허우화·何厚화) 행정장관에 대한 사퇴 구호가 나왔다. 결국 경찰이 경고사격을 하는 등 격렬한 충돌로 이어졌다.

마카오 입법회 어우진신(歐錦新) 의원은 15일 “행정에 집중된 권력은 마카오에 적지 않은 폐단을 낳아 왔다”며 “감독의 부재는 부패로 이어졌고 주민들의 분노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마카오는 홍콩과 달리 시민단체들이 거의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시민들의 욕구를 수렴하고 부패를 고발하는 주요 통로가 막힌 것이다. 마카오대의 심호재 교수(51·토목환경공학과)는 15일 “경제적 부가 카지노와 관광산업, 공공부문에 집중돼 있고 빈부격차가 매우 크지만 마카오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61%의 주민이 부패척결 등을 핵심 선결과제로 꼽았다. 때문에 20일 제3대 행정장관에 취임하는 페르난두 추이(중국명 추이스안·崔世安)도 선거기간 중 “반부패와 청렴을 행정개혁의 주요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추이 장관은 주민의 신망을 받아 온 인물이다. 때문에 마카오가 경제적 미래는 밝을 것으로 보이나 권력의 견제와 조화를 통한 균형발전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마카오 입법회는 2월 체제안정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 엄중 처벌하는 내용의 ‘국가안전법’을 제정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환영 속에 제정된 이 법은 국가전복, 반란선동,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조직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다. 체제 반대세력을 억누를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홍콩에서는 정부가 비슷한 법을 추진하다가 2003년 홍콩 시민의 거대한 저항에 부닥쳐 유보된 상태다. 마카오가 지나치게 중국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이래서 나온다.

마카오=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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