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서 배울 게 없다” 복귀 거부…지영준 파문 심상찮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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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 깎아달라”요구에 소속사 “원칙대로” 맞서

‘지영준 파문’이 심각하다.

지영준(28)은 지난달 5일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원 소속팀인 코오롱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지영준은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코오롱에서는 더 배울 게 없다. 돌아가기 싫다. 하지만 위약금이 너무 많으니 깎아 달라”는 호소문까지 보냈다. 1999년 코오롱 마라톤팀에 입단한 지영준은 입대하기 전인 2005년 2억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고 5년 재계약했다. 계약 기간이 3년 남은 지영준은 위약금(계약금의 두 배)을 지급하면 다른 팀으로 갈 수 있긴 하다. 지영준은 “2년을 뛰었으니 5억 원을 다 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코오롱 측은 “5억 원을 반환하면 이적동의서를 써주겠다”며 “법대로 하자”는 쪽이다. 코오롱은 1999년 이봉주 권은주 등 사실상 전원이 팀을 이탈한 사태를 겪은 아픈 기억이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코오롱은 외압에 밀려 이적동의서를 써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코오롱은 팀 해체까지 고려했다. 코오롱은 현 상황도 그때와 비슷하게 보고 있다. 중재에 나선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기술위원장(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양측의 입장이 너무 강경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영준은 4월 대구마라톤에서 2시간8분30초를 기록해 ‘포스트 이봉주’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현재로선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도 있다. 1987년 창단한 코오롱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황영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이봉주) 등 한국 마라톤을 일으킨 명문팀이다. 코오롱은 고교구간마라톤대회도 25년째 열고 있는 등 마라톤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마라톤 관계자들은 “선수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의 룰이 깨지면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마라톤팀 감독은 “혹시라도 코오롱 마라톤팀이 해체되면 한국 마라톤에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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