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물리 역사 철학 종교… 시간을 보는 8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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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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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카틴가 리더보스 외 지음·김희봉 옮김/304쪽·2만 원·성균관대출판부

“아무도 내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시간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한다면, 나는 시간에 대해 알지 못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중에서)

시간은 무엇인가. 물리학자, 역사학자, 유전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등 각 분야의 학자 10명이 시간과 물리학, 시간여행, 시간의 유전학, 시간과 종교 등 시간에 관한 8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놓았다.

물리학에서 시간은 물질과 운동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 특정 시점에서 존재의 상태를 설명할 때 사용된다. 이때의 시간은 고정된 시간이다. 두 번째로 그 존재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설명할 때 사용된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간은 이처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서양에서는 직선적 역사관이 일반적이다. 인도의 시간관은 순환적이지만 직선적 시간관도 내포하고 있다. 거대한 순환 안에는 작은 순환들이 있는데 이 순환은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원이 아니라 나선, 파동, 구부러진 선으로 표현된다. 순환 안에서도 직선적 시간관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시간은 흐를 뿐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은 시간에 관한 명제 중 하나다. 미래로의 여행은 인간의 신진대사를 늦춤으로써 가능하지만 과거로의 여행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이 과거를 여행할 때는 필연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미래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정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말은 그 시공간의 다른 존재와 상호 작용해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렇듯 시간 안에 단단히 얽매여 있다. 특히 ‘24시간’이라는 시간주기는 인간을 지배한다. 야근이 건강을 해친다든가 시차병이 존재한다는 점은 이 주기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박테리아, 식물, 동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초파리의 사랑 노래는 60초 주기이며, 성충이 될 때는 하루 중 새벽녘에만 고치를 찢고 나온다.

시간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이야기를 찾는다. 이야기꾼이나 작가는 어제의 일을 붙잡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을 한다. 이야기 속에서라면 독자는 마음껏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갈 수 있다. 단, 이야기꾼은 듣는 사람의 현재를 지배하지만 작가는 미래의 독자에게 호소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종교 역시 ‘영원’을 통해 인간을 시간에서 해방시킨다. 신은 영원하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신은 인간의 시간에 개입해 역사에 관여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은 전지전능한 신도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모순을 초래해 신학계와 철학계의 논쟁을 부르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없다. 그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내가 그것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

각 문화권에서는 시간을 가리키는 단어도 다르고 시제를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만큼 시간에 대한 인간의 생각은 서로 다르다. 책에 담긴 8가지 주제를 통해 시간의 다양한 면모를 돌아볼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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