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우승못해 밤잠 못자… 내년 선발 뛸수 있는 팀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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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호 10개월만에 귀국
“월드시리즈때 신종플루 걸려
공 받는것도 너무 힘들었다”


눈물로 시작한 시즌, 웃으며 마쳤다.

미국 진출 후 처음 밟은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필라델피아 박찬호(36)가 10일 새벽 귀국했다. 박찬호는 1월에도 기자회견을 했다. 국가대표를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자리였다. 입단식이 취소될 정도로 팀에서 입지가 흔들렸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나서는 그에게 태극마크는 부담이었다. 하지만 10개월 만에 돌아온 박찬호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박찬호 피트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내내 밝은 표정이었다. 딸만 둘인 그는 “추신수에게 어떻게 아들을 낳느냐고 했더니 술을 먹으라고 하더라”는 등 농담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뜻 깊은 시즌을 보내 귀국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며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내년에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꼽자면 내가 편안한 곳, 선발로 재기할 수 있는 곳, 기왕이면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있는 팀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초만 해도 팀을 찾는 데 고생했던 박찬호는 한층 높아진 위상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돼 재계약 또는 이적을 노리게 됐다.

올 초 필라델피아와 연봉 250만 달러에 옵션 포함 최대 500만 달러로 1년 계약했던 박찬호는 올 시즌 3승 3패에 평균자책 4.43을 기록했다. 초반에는 선발로 나서다 5월 구원 투수로 변신한 뒤 2승 2패 13홀드에 평균자책 2.52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비록 아쉽게 뉴욕 양키스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월드시리즈 2, 4, 5, 6차전에 등판해 3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박찬호는 “우승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며칠 동안 잠도 안 왔다. 하지만 내 투구에 만족한다. 재미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찬호는 ‘민기자닷컴’ 민훈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시리즈 기간에 신종 인플루엔자A에 걸렸다고 털어놨다. 박찬호는 “공을 던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팔이 너무 쑤셔서 공을 받을 때도 아프고 힘들었다. 한 경기는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장학금 전달식, 피트니스센터 오픈 행사, 앞서 귀국한 추신수(클리블랜드)와의 만남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한 뒤 결혼기념일인 29일에 맞춰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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