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고려대 이기수-버지니아대 존 캐스틴 총장 대담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세계 14개국 21개 대학 협의체인 유니버시타스21(U21) 연례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기수 고려대 총장(왼쪽)과 존 캐스틴 버지니아대 총장은 20일 대담에서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해외봉사를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세계 14개국 21개 대학 협의체인 유니버시타스21(U21) 연례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기수 고려대 총장(왼쪽)과 존 캐스틴 버지니아대 총장은 20일 대담에서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해외봉사를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U21 세계대학총장 심포지엄

“글로벌지도자 양성위해 교양 - 언어 - 봉사정신 강조”

세계 대학총장들이 모여 국제적인 대학 현안을 논의하는 ‘2009 유니버시타스21(U21) 세계 대학총장 연례 심포지엄’이 20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막됐다.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영국 버밍엄대 데이비드 이스트우드 총장,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프레드릭 힐머 총장 등 11개 대 총장이 참석했다. U21에는 세계 14국 21개 대학이 가입돼 있고 한국에서는 고려대가 유일한 회원 대학이다. 개막식에 앞서 버지니아대 존 캐스틴 총장(U21 회장)과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대담을 했다.

“21세기에는 국가 간의 학생 교류가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현안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을 넘어 해당 국가가 특정 이슈에 대해 특정 태도를 취하는 동기까지 이해해야 한다. 대학이 그런 인재를 길러야 한다.”

캐스틴 총장이 말하자 이 총장도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 두 총장은 글로벌 인재를 기르기 위해 교수 간 공동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교환학생제도 등을 통한 국제교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해외 봉사를 통해 현지에 적용해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현안을 파악하게 된다는 점에서 해외 봉사활동에도 높은 가치를 뒀다.

두 총장은 또 대학이 가진 지식을 공공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더욱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와 식수, 기후변화 문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위기에 대해 이미 대학에서 많은 지식을 축적하고 있지만 공공 정책으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육이 한 사회 내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대학은 주류사회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라며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 계층이 배움의 기회를 동등하게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수=앞으로 학생들은 지식기반 경제에서 살아가야 한다. 또 국제화된 환경 속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교양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고려대는 문학 역사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학생에게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해외 교우회 네트워크 등을 동원해 학생들이 1년 정도는 외국에서 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李총장 대학지식 공공정책에 반영되게 노력

캐스틴 총장 입학사정관제로 취약계층 기회 줘야

▽캐스틴=세계 일류대학의 교육과정과 비슷하다. 세계의 대학들은 전공과 무관하게 언어와 교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버지니아대의 마스터플랜과도 굉장히 유사하다. 특히 버지니아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봉사정신이다. 해외에서 연구하고 생활을 하면서 봉사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적용해보라고 강조한다. 문화 적응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최근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주요 이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의 지식을 공공부문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캐스틴=대학의 지식을 공공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대학은 이미 기후변화나 물 부족 문제 같은 과학적인 분야부터 세계 경제위기 같은 경제적인 분야까지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관련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학문 연구가 갖는 한계로 공공정책 반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안은 정부 지도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 때도 이미 학계에 나와 있는 좋은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한 대화가 더 활성화됐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대학 간의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국제화의 결과로 세계는 1개의 시장, 국경이 없는 1개의 국가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뛰어난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 대학의 글로벌 인재 양성에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캐스틴=학생과 교수진 간의 인적 교류는 굉장히 중요하다. 물리적으로 오가지 못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한국에서는 사교육 시장이 팽배해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대학 입시를 정상화하자며 입학사정관제가 강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다.

▽캐스틴=나도 1970년대 말에 6년 동안 입학사정관을 했다. 당시 흑인과 여성, 아시아계, 미국의 인디언계 등 주류사회에 초청받지 못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입학시켰다. 대학은 사회 구성원이 주류계층으로 접근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주류에서는 지도자가 탄생하는 등 많은 혜택이 있다. 주류로 접근하는 길이 차단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버지니아대는 흑인 졸업생이 어느 대학보다 많다. 졸업생들의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이면서 농촌을 배경으로 한 학생들의 성취도가 높게 나온다.

▽이=오바마 대통령이 저서 ‘담대한 희망’에서 공교육 해결책으로 지도력을 가진 교장과 실력 있는 교사 양성을 강조했다.

▽캐스틴=교사와 교장은 초중등교육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지도자들이 자유주의적이고 넓은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기수 총장

―1969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3년 독일 튀빙겐대 법학박사

―1984년 고려대 법대 교수

―1996∼1999년 국가경쟁력연구원 원장

―1998년 고려대 법대 학장, 한국독일학회 부회장 및 회장

―2006년 1월∼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국중재학회 회장

―2008년 1월∼ 제17대 고려대 총장

존 캐스틴 총장

―1970년 버지니아대 영문학 박사

―1982∼85년 버지니아 주 교육부장관

―1985∼90년 코네티컷대 총장

―1990년∼ 버지니아대 총장

―1991∼93년 국가해양대기위원회 의장

―2000∼2002년 고등교육평가인증협의회

(CHEA) 의장

―미국대학연합회(AAU)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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