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책이 약이 되는 신비한 공상세계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책을 처방해드립니다/카를로 프라베티 지음·김민숙 옮김/142쪽·9000원·문학동네

‘책을 처방해드립니다’는 외딴집으로 숨어든 도둑 루크레시오가 그 집에 사는 칼비노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칼비노는 루크레시오에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대신 아빠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제안을 승낙한 루크레시오는 집에서 살기 시작한 첫날부터 기이한 일을 겪는다. 소년인 줄 알았던 칼비노는 다음 날 아침 여자아이 옷을 입고 나타난다. 방 안의 옷장에는 비밀 공간이 있고 냉동고에서는 꽁꽁 언 시체가 발견된다.

칼비노를 따라 간 ‘정신병원 도서관’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하다. 마치 책이 가득한 도서관처럼 병원 환자들은 모두 자신이 책 속의 주인공이거나 책의 저자라고 생각하는 증상을 갖고 있다. 언뜻 보면 책이 이 사람들을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 속에서 살도록 만든 것 같지만 오히려 책은 이들에게 ‘약’이다. 환자들에게 책을 처방해주는 ‘서점약국’의 주인은 “어떻게 책이 약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 루크레시오에게 “만약 그 책이 좋은 책이라서 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새로운 질문을 하게 만든다면 우리가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좀 더 강하고 지혜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문학상인 ‘엘 바르코 데 바포르 상’을 받은 ‘책을 처방해드립니다’는 책을 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칼비노는 여자애인지 남자애인지, 루크레시오는 왜 칼비노의 아빠 행세를 하게 됐는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 속에 독서에 관한 교훈을 숨겨놓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