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낯선곳에서 깨치는 일곱빛깔 청춘여행

  • 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단지 유령일 뿐/유디트 헤르만 지음·박양규 옮김/296쪽·1만 원·민음사

독일 문학이 무겁고 지루하다는 편견은 버려도 되겠다. 유디트 헤르만(38)의 소설집 ‘단지 유령일 뿐’을 읽으면 그렇다.

‘독일 문학이 고대했던 문학적 신동’이란 찬사를 받은 젊은 헤르만. 첫 소설집 ‘여름 별장, 그 후’가 브레머 문학상, 휴고 발 상 등 독일의 주요 문학상을 휩쓴 한편 25만 부가 팔려 나가, 문학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소설가로 인정받았다. ‘단지 유령일 뿐’ 역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작가로서 그의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

소설집 속 7편의 이야기는 모두 여행에 관한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미국,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체코, 노르웨이로 여행을 떠난다. 단편인 만큼 극적인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뛰어나다.

가령 표제작 ‘단지 유령일 뿐’에서 연인 엘렌과 펠릭스는 무료함에 빠져 있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한 미국 여행은 엘렌과 펠릭스의 삶에 조용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이국에서 한 사내에게 들은 말, “아내는 한꺼번에 아름다움을 잃어버렸어. 그렇지만 난 그녀를 사랑해. 내 아들의 엄마잖아”는, 사랑에 지쳐 버린 오랜 연인들에게 ‘(연인들의) 사랑 이후에 계속되는 (부부의) 사랑’이 있음을 알려준다.

젊은 ‘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여행하면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고(‘아쿠아 알타’), 독일의 작은 도시에 사는 연극배우 친구 루스를 만난 ‘나’는 루스의 남자친구와 삼각관계에 빠지면서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스스로를 낯설게 느끼면서 겪는 강렬한 감정들을 작가는 차분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그 모든 것 위에 더하는 작가의 테마는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여행은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갖게 하지만 그럼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환기시킴을 작가는 일러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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