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너무 예쁜 저를 못생기게 해주세요”…‘성형미인’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성형미인/히메노 가오루코 지음·권남희 옮김/264쪽·1만 원·마음산책

도대체 이 여자는 뭔가. 스무 살 꽃띠. 키 169cm에 38-21-37의 몸매. 긴 속눈썹에 짙은 쌍꺼풀, 오뚝한 코에 탄력이 흐르는 입술과 피부. 흠잡을 곳 없는 절세미녀가 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성형해달라는 걸까.

성형외과의 오소네 미카네 박사는 혼란스럽다. 게다가 이 슈퍼모델급 미녀, 마유무라 가이코는 자신이 “흉측할 정도로 못생겼다”고 말한다. 주문은 더 가당찮다. “쌍꺼풀을 없애주세요, 코는 낮춰주시고, 갸름한 턱은 두툼하게. 가슴도 축소할 수 있죠? 허리엔 실리콘을 넣어 굵게 만들어 주세요.”

오소네 박사의 거절도 소용없었다. 세상엔 돈만 주면 뭐든 하는 의사야 넘쳐나니까. 결국 소원을 이룬 그녀. 어느 날 은행에서 고향 친구 모치즈키 아베코를 만난다. 창구에서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면 서로 알아보지도 못했다. 경악의 외마디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너…. 왜 이렇게 못생기게 성형한 거니?”

‘성형미인’은 뚱딴지같다. 히노다마 촌구석에서 나고 자란 두 여주인공은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 온몸을 성형한다. 아이러니하게 서로는 서로를 부러워했다. 퀸카 마유무라는 평범하지만 상냥하고 귀여운 모치즈키를, 보통녀 모치즈키는 남자들이 감히 눈도 못 마주치는 마유무라를. 수술대에 올라 상대 사진을 내밀 정도였다. 완벽한 ‘페이스오프(face off)’.

이 말도 안 되는 사건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너무 아름다웠던 마유무라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었다. 수영복을 입으면 학교 선생조차도 고개를 돌렸다. 뷔페 차림 가운데 은접시 위에 놓인 바닷가재 요리였다.

“설령 모두 바닷가재에 마음을 빼앗겼다 해도, 건드리지 않으면 바닷가재는 자신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았다는 걸 모른다. 사람이 먹지 않은 것은 자신이 맛없기 때문이라 한탄한다. 자신보다 햄이 맛있어서라고 한탄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마유무라와 모치즈키가 성형을 원했던 것은 이 사회가 ‘남성 시각에 맞춰진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예쁘기에 당당했던 마유무라는 남자들이 흠모했을지언정 다가서질 않았다. 어떤 남성도 자신의 여성을 ‘떠받들고’ 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모치즈키는 여러 남성과 연을 맺으며 나름 행복했지만 그 속에 ‘경외’가 없음을 눈치 챘다. 좋아하되 존중하진 않았고, 가슴에 품되 마음에 품지 않았다.

소설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성형수술의 폐해나 나쁜 점을 논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혹시 주위의 이성이나 미디어,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을 본인의 희망이라고 착각하고 있진 않나. 그리고 그런 자신은 진짜 자기 자신인가. “너 머잖아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 네가 성형한 외면을 네 내면이 뒤쫓아 갈 테니까.”

원하는 것을 얻은 그녀들은 행복해졌을까. 그것 역시 정답은 없다. 후회에서 찾아 온 깨달음이건 빗나간 쾌락의 즐거움이건 무엇이 나은지 대답해줄 사람은 없다. 세상을 비틀어 놓은 건 확실히 남성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어떤 결정도, 책임은 본인이 진다. 성형수술은 그 해답을 비추는 처연한 거울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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