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45년 거대전함 야마토 침몰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1분


‘남자들의 야마토(男たちの大和)’란 일본 영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야마토 전함에 승선한 생존자와 유족의 증언을 토대로 작가 헨미 준이 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2005년 12월 개봉한 뒤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주변 국가로부터는 군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드러낸 작품이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았다.

전함 야마토는 일본 해군의 상징이었다. 1937년 제조에 들어가 1941년 실전에 투입됐다. 길이 263m, 폭 38.9m, 만재 배수량 7만2000t에 이른다.

당시 일본 전함 중 가장 크고 무거웠다. 구경 18.1인치짜리 주포 9문은 야마토의 주무기였다. 포탄 한 개 무게만도 1.3t을 넘었다.

항공기의 발전과 항공모함의 출현으로 2차 대전 말기에는 해전의 양상이 크게 달라져 있었다. 함대끼리 포탄을 주고받던 방식에서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전이 승패를 좌우했다.

순발력이 떨어지는 데다 대공 수비 능력이 취약했던 야마토는 이런 상황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다. 1944년 필리핀 레이테 만 해전과 사마르 섬 해전에 참전했지만 눈에 띄는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

미군은 1945년 4월 초 오키나와(沖繩) 섬에 상륙했다. 이때 야마토는 일본 해군 연합함대 사령부로부터 마지막 임무를 받았다. 오키나와 서쪽에 정박한 미군 함대를 공격해 미군의 상륙을 저지하라는 내용.

물자가 부족했던 일본은 도쿠야마(德山) 항을 떠나는 야마토에 돌아올 연료를 주지 않았다. 일종의 ‘자살 작전’이었다. 야마토의 지휘관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7일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항공모함과 인근 공항에서 발진한 미군 비행기 수백 대가 오키나와를 향하던 야마토와 호위함 10대에 달려들었다. 포탄과 어뢰가 야마토에 마구 쏟아졌다.

오후 2시경 야마토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몇 분 뒤 선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버섯구름은 6000m 상공까지 피어올랐다.

배에 있던 선원 2788명 중 대부분이 숨지고 280명만 구조됐다. 연합군의 피해는 비행기 10대 격추에 사망자 12명에 그쳤다.

고대 일본 나라 지방에 있던 야마토 왕국으로부터 이름을 따온 야마토는 종종 일본과 동일어로 쓰였다. 야마토의 침몰은 곧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을 의미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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