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사이언스]에스컬레이터 왜 한 줄 타면 안되나요?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Q: 에스컬레이터를 왜 한 줄로 타면 안 되나요?

서울 사당동에 사는 20대 회사원입니다. 출근 시간에 늦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로 걸어 올라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두 줄로 타고 있더군요. 캠페인도 하는 것 같고요. 이제껏 한 줄로 잘 타다가 갑자기 두 줄 타기 운동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발판 양쪽에 무한궤도 체인 있어

한쪽에만 무게 실리면 고장 잦아

A: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운동’은 바쁜 사람을 배려하고자 6년 전에 시작됐어요. 하지만 이 운동이 도입된 뒤 사고가 10배로 늘어나고, 에스컬레이터 수명이 짧아져 수리나 부품 교체도 잦아졌어요.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 내부를 살펴보죠. 승객이 밟는 발판 양쪽에는 무한궤도처럼 돌아가는 체인이 있어요. 체인을 가로질러 발판을 지지하는 봉이 끼워져 있죠. 사람이 발판에 오르면 몸무게가 봉에 전달되고 그 봉은 양쪽의 체인이 지지하는 셈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오른쪽에 한 줄로 타면 발판 오른쪽에만 무게가 실립니다. 이 시간이 짧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계속해서 오른쪽에만 무게가 실리면 체인이 왼쪽보다 많이 늘어나요.

체인이 늘어나면 발판과 발판 사이가 벌어져요. 발판에는 톱니가 맞물린 모양으로 틈을 막아뒀지만 체인이 늘어나면 틈새가 벌어지죠. 여기에 옷이라도 말려 들어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물론 틈새가 눈에 띌 정도로 체인이 늘어나기 전에 부품을 교체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큰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를 한 쪽으로만 뛰어 내려오면 부품이 더 빨리 고장나요. 발판에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이죠. 만약 몸무게 70kg의 남성이 뛰다시피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면 발을 디딜 때마다 최대 700kg의 충격이 가해져요.

충격이 반복해서 가해지면 발판을 지지하는 봉이나 체인이 많이 닳게 되겠죠. 그냥 놔두면 발판이 어긋나 에스컬레이터 끝에서 발판이 말려 들어가지 않을 수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에스컬레이터는 자동으로 멈춰요. 손잡이를 잡지 않은 사람들은 넘어져 다치기 쉽죠.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를 두 줄로 타는 것이 한 줄보다 훨씬 안전하답니다.

(도움말=허윤섭 승강기안전관리원 기술안전본부파트장, 한기중 서울메트로 기계설비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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