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광복 60주년 기획]韓 52% “核보유 찬성”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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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 없는 세상을 위하여…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60주년을 맞는 올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지난달 10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 모여 평화의 상징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核 없는 세상을 위하여…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60주년을 맞는 올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지난달 10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근처에 모여 평화의 상징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수십만 명이 생명을 잃었고, 그로부터 며칠 뒤 일본은 항복을 선언했다. 동아일보와 일본의 최고 권위지 아사히신문은 원폭투하 60주년을 맞아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핵무기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여론조사 결과 각국의 응답은 역사적 경험 및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특히 한국인들의 생각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일본보다는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 쪽에 가까웠고, 일본인들의 경우 주변국가인 한국과 중국보다는 같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 쪽에 가까웠다.》

▽핵무기의 영향력=한국인은 핵무기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크게 봤다. ‘핵무기를 가지면 다른 나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주장에 62%가 동의했고, ‘핵무기를 가지면 국제사회에서 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데도 6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일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핵무기의 억지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각각 35%와 33%가 동의하는 데 그쳤다. 같은 질문에 대한 독일 응답자의 동의율은 23%와 50%로 나와 일본과 비슷했다.

중국인의 경우 한국 응답자와 비슷했다. 핵무기 보유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데 57%가 동의했고 핵무기를 보유하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증대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도 70%가 인정했다.

▽핵무기 보유=‘앞으로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핵무기 보유국(미국 76%, 중국 75%, 프랑스 63%)에서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온 데 비해 핵무기 비보유국에선 53∼5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핵무기 비(非)보유국 국민에게 자국이 핵무기를 갖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한국인은 찬성 52%, 반대 43%로 찬성의견이 약간 높았다. 그러나 일본인은 86%가 핵무기 보유에 반대했고 독일인도 93%가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한국인 응답자의 57%가 ‘그래선 안 된다’라는 반대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가질 수 있다’는 응답도 41%나 나왔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앞으로 10년 이내에 세계 어디에선가 핵무기가 사용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6개국 중 유독 미국인만 그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국 응답자의 59%가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중국과 프랑스에서도 같은 비율이 나왔다. 독일의 경우 71%가 앞으로 10년 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부정해 가장 높았고, 일본에서도 ‘사용되지 않을 것’(49%)이라는 응답이 더 많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라는 응답이 69%나 나와 나머지 5개국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핵무기 사용 주체=‘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인들은 핵무기 보유국(23%)보다는 테러리스트 집단(74%) 쪽에 더 큰 비중을 뒀다. 독일에서도 테러리스트 집단의 사용 가능성(65%)을 높게 보았다.

한국 일본 중국 3국에서는 핵무기 보유국과 테러리스트 집단의 사용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고, 프랑스에서는 핵무기 보유 국가의 사용 가능성을 다소 높게 봤다.

▽핵무기 폐기=‘핵무기 폐기가 국제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인가’라는 질문에는 독일인의 95%, 일본인의 85%가 ‘그렇다’고 답했고, 중국(84%) 프랑스(84%) 한국(75%) 미국(74%) 등 나머지도 대부분 공감을 나타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한국386 ‘核 민족주의’? 보유 찬성률 20, 50대보다 높아▼

우리나라의 30, 40대 응답자들은 20대나 50대 이상에 비해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찬성하면서 북한의 보유 역시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30, 40대에 걸쳐 있는 진보적 386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폐기’라는 세계적 추세와 상충되는 민족주의의 발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만하다.

한국이 앞으로 핵무기를 갖는 것에 대해 30대의 58.5%, 40대의 57.7%가 찬성 입장을 밝혀 전체 찬성률(51.9%)을 훨씬 상회했다. 반면 20대는 46%, 50대 이상은 46.3%만이 찬성했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65.1%)와 자영업자(60%)의 찬성률이 높았고, 농림수산업(43.2%)과 학생(45.9%)이 낮았다.

그런 한편 ‘핵무기 폐기가 국제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하느냐’는 원론적 질문에는 30대의 83.5%, 40대의 77.2%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혀, 20대(69.8%)와 50대 이상(70.2%)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핵무기 보유 지지자들은 대체로 핵무기를 가지면 ‘국제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것’(79.6%)이며, ‘다른 나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77.4%)이라는 데 동의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한국의 핵무기 보유 찬성자의 62.6%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 응답은 30대(52.4%)와 40대(49.3%), 20대(46.7%)에서 높게 나왔으나 50대 이상은 21.6%에 불과했다.

‘한국이 안전보장을 위해 미국의 핵무기에 의존할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에는 20대(48.3%)와 50대 이상(50%)의 지지의견이 30대(42.7%)와 40대(43.3%)보다 높게 나왔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는 7월 6∼26일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6개국 성인남녀 총 70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국에서는 전화번호부를 활용해 지역, 성, 연령별로 1013명을 전화 면접했고 일본(2000명) 미국 독일 프랑스(각 1000명)는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응답자 전화번호를 선정해 전화 면접했으며, 중국은 층화(層化)무작위추출 방법으로 선정된 1000명의 응답자를 가구 방문해 면접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일본은 ±2.2%포인트, 한국 등 5개국은 ±3.1%포인트. 조사는 한국의 코리아리서치센터(KRC), 일본의 벨시스템, 미국 독일 프랑스의 해리스인터랙티브, 중국의 사회과학원조사센터(CASS 리서치센터)가 맡았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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