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중재나선 중국 對北압박 나설까

  • 입력 2005년 2월 17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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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회담17일 방중한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왼쪽)가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을 예방하고 있다. 송 차관보는 18일 오전 금명간 방북할 예정인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만난다.美-中 회담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왼쪽)가 1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북한 핵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힐 대사는 이날 오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베이징=연합
韓-中 회담
17일 방중한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왼쪽)가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을 예방하고 있다. 송 차관보는 18일 오전 금명간 방북할 예정인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만난다.
美-中 회담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왼쪽)가 1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북한 핵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힐 대사는 이날 오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베이징=연합
한국과 미국은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14일 회담 이후 중국이 북한 핵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반 장관과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의 16일 통화,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와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의 17일 방중은 중국의 역할을 염두에 둔 외교적 행보이다.

반 장관은 17일 “중국이 고위 관계자의 방북 계획 이외에도 다른 이니셔티브를 취할 계획을 한국에 알려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예전처럼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어 과연 중국의 대북 설득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미, “중국 너만 믿는다”=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김하중(金夏中) 주중 대사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북한에서 통용되는 외국 물자의 70∼80%가 중국을 통해 들어오고 △중국이 공개하지는 않지만 대북 원조 규모도 상당할 것이란 점 등을 들었다.

그는 “현재 북-중 간엔 도로가 15개 정도 있는데 만일 중국이 이들 도로 중 3개를 두 달 동안 보수해서 물자가 (북한으로) 못 들어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느냐”고 예를 들며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설명했다. 다만 중국은 그런 대북 영향력을 현 시점에서 써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베이징을 방문한 송 차관보와 힐 대사는 ‘그 시점이 됐음’을 중국에 적극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중국의 대북 설득 노력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는 질문에 “외교는 말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 차관보도 베이징공항에 도착한 뒤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할 메시지를 갖고 왔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그는 “중국 방문은 6자회담을 조기에 재개시켜서 북핵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동북아시아의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고 그렇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허실=이달 초 중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 인사에게 “제4차 6자회담을 2월 중에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인 10일 북한의 핵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이 나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도 북한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것은 한국도 미국도 아닌 중국”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도 “중국의 역할이 실제보다 많이 과장돼 있다. 북한에 ‘왜 회담에 빨리 안 나오느냐’고 독촉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들어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본격화되고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북-중 관계가 과거의 혈맹에서 보통 국가간의 관계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위기관리’ 이상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북한을 달랠 수도, 압박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중국의 위치로는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압력이나 제재수단은 문제해결을 어렵게 할 뿐”이라며 “북핵 문제는 인내심을 갖고 6자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평양 방문 일정이 자꾸 늦어지는 것도 방북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란 관측이 많다.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 내에서도 북-미 대화만 강조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중국의 역할이 북-미 간의 연결통로로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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