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盧대통령 人事키워드는 ‘이종교배’

  • 입력 2005년 1월 2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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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진표 신임 교육부총리(가운데)와 변양균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학 개혁 방안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노무현 대통령(오른쪽)이 28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김진표 신임 교육부총리(가운데)와 변양균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대학 개혁 방안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김진표(金振杓) 신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잠시 환담을 하면서 ‘동종교배’ 이론을 꺼냈다.

“전문성에 벽을 쌓아놓고 개방하지 않으면 학문이든 정책이든 동종교배 현상이 일어나 퇴화한다”는 게 요지였다. 노 대통령이 교육 분야에 문외한인 김 부총리를 기용한 인사 배경을 우수한 형질을 얻기 위해 ‘이종교배’를 해야 한다는 생물학 이론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이종교배 인사의 목표와 사례=노 대통령은 정부 출범 때부터 해당 부처의 전문분야나 주도세력 출신이 아닌 의외의 인물을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자주 해왔다. 그 목표는 대체로 고시 기수에 따라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관료 조직의 기득권 구조를 허물겠다는 것에 맞춰졌다.

최초의 파격은 강금실(康錦實) 전 법무장관 기용이었다. 대개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가 기용되던 법무장관 자리에 판사를 지낸 여성 변호사를 기용함으로써 남성 위주로 서열화돼 있는 검찰 조직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직업외교관이 아닌 50대 초반 대학교수 출신인 윤영관(尹永寬)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외교부 직원의 대통령 폄훼발언 사건으로 인해 10개월여 만에 퇴진했지만, 외무고시 기수에 따라 층층이 계급화 돼있는 외교부 조직을 조용하게 개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 장관도 행자부의 주 업무인 내무 행정이나 지방자치, 경찰조직 지휘와는 거리가 먼 산업자원부 관료 출신이다. KOTRA 사장 시절의 경영실적을 평가받아 오직 ‘정부 혁신’의 적임자라는 이유로 기용됐다.

▽엇갈린 평가=이 같은 파격 인사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장관이 조직을 전혀 장악하지 못한 채 겉도는 부작용을 낳았을 뿐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강 전 장관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근무 교류를 비롯해 검찰의 인사 개혁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처음 기용됐을 때에는 김각영(金珏泳)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일선 검사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등 검찰조직과 정면충돌 양상을 빚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김 부총리가 당장 자신을 교육행정의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교육 관련 단체들과 일전(一戰)을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도 강 전 장관처럼 파격 인사의 후폭풍을 겪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군 출신인 윤광웅(尹光雄) 장관은 국방부의 문민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육군과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중심세력을 이루고 있는 군에 대한 장악력은 아직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벌어진 군 장성 인사를 둘러싸고 빚어진 군 검찰과 육군본부 간의 갈등도 조직 장악력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견제와 균형=이러한 파격 인사에는 노 대통령이 평소 중시하고 있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투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관에 외부 인사를 기용하면 차관은 반드시 내부 관료를 승진시키는 식으로 어느 한쪽에 힘이 쏠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인사원칙은 참모조직인 청와대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고위 정무직 인사를 관장하는 인사수석비서관실의 경우 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에 시민단체 출신인 정찬용(鄭燦龍) 전 수석비서관을 기용하면서 소속 비서관 3명은 관료, 대학교수, 여성을 각기 배치해 인사 문제를 다루는 데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갖춰놓는 세심함을 보였다는 평가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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