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 벨기에 작가 2인

  • 입력 2004년 8월 3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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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기존형식을 깬 뱅상 포르탕 - 김미옥기자
만화의 기존형식을 깬 뱅상 포르탕 - 김미옥기자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의 ‘벨기에 현대만화 작가전’이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003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프랑수아 쉬탕의 작품을 비롯해 성인 어린이 독립만화 등 다양한 벨기에 만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행사다. 벨기에에서는 출판 시장의 75%를 만화가 차지하고 있으며 ‘제9의 예술’로 대접받고 있다. 참가 작가들 중 이색 작품을 선보인 조제 파롱드(어린이만화)와 뱅상 포르탕(독립만화)을 만났다.》

▽대사없는 만화? …독자들이 채우면 되잖아요▽

‘독립만화’ 뱅상 포르탕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날카로우면서도 몽롱한 느낌을 주는 뱅상 포르탕(36)의 만화는 만화가 아니라 마치 회화처럼 보인다.

자신의 만화가 회화와 어떤 점에서 다르냐고 묻자 그는 “‘제9의 예술’인 만화는 표현에 제약이 없다”며 “만화를 ‘이야기를 담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한 페이지를 여러 칸으로 나누거나, 말풍선을 넣는 등 만화의 기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벨기에의 대표적 예술만화 출판사인 ‘프레목’이 가장 주목하는 신인작가 중 한 사람. 이번에 전시된 ‘시메’는 그의 첫 작품집으로 대사가 없다. 내용도 단순하다. 산골마을을 지나가는 악대(樂隊)가 바라보는 풍경을 담고 있다.

유럽의 만화평론가들은 대사 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그의 작품이 독자들의 예술적 상상력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야기를 미리 구상하지 않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담아낸다. 작업방식 역시 독특하다. 셀로판이나 고무를 바른 종이를 손톱이나 석판용 연필로 긁어 만화를 그린다. 그래서 그의 손가락 끝은 기름밥에 절은 기능공의 손처럼 새까맣다.

작품만 보면 고뇌에 찬 예술가일 듯싶지만 실제 만나본 그는 빨간 머리의 유쾌한 청년이었다. 한국에 머물면서 벌써 800여장의 사진을 찍었다는 그는 “언젠가 내 작품에 한국의 이미지가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 프레목 출판사가 이정현씨의 ‘변신’을 한국과 동시 출간하기로 하는 등 벨기에에서도 한국의 예술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소개했다.

▽기발한 상상력! …아이 눈높이에 맞추면 돼요▽

독특한 발상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조제 파롱드 - 김미옥기자

‘어린이 만화’조제 파롱드

풀밭에 있는 소와 맨 땅에 있는 소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정답은 맨땅에 있는 소가 더 무겁다. 소가 풀을 다 먹어치워 맨땅이 됐기 때문에 맨땅에 있는 소가 더 무겁다는 것.

조제 파롱드(39)의 만화는 이처럼 어린이 같은 상상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또 다른 작품에선 소 20마리를 보여준 뒤 눈으로 덮인 산을 넘기에 가장 적합한 소를 고르라고 한 뒤 털모자를 쓴 소를 정답으로 제시한다. 추위에 견딜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의 만화에는 또 비행기에 날개가 없으면 가벼워 더 잘 날 수 있다거나, 자동차에 온통 지도를 붙여놓으면 길을 찾기 쉬울 것이라는 기발한 발상도 담겨 있다. 작품 자체가 단순하고 장식이 없는 미니멀리즘 스타일이어서 어린이의 감성을 사로잡는데 효과적이라는 평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어린이들은 자기 눈높이에서 만화를 즐기고, 어른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보며 즐거움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의 대표작 ‘Papa Raconte(아빠가 얘기하다)’는 불어권에서 약 10만부가 팔려나갔다.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전시된 그의 만화는 한국 출판인들의 주목을 받아 국내 유아용 교재에도 실렸다.

결혼했지만 그는 아직 자녀가 없다. 그는 “내가 곧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방문 소감을 묻자 “다 좋은데 한 가지가 흠”이라며 “이렇게 좋은 나라가 벨기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베리아와 몽골을 거쳐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만화만큼이나 천진한 발상이 느껴졌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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