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遷都, 이렇게 강행해도 되나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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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행정수도 이전 후보지 4곳을 발표함으로써 1394년 개경에서 한양으로 옮긴 후 610년여 만의 천도(遷都)가 현실로 다가왔다.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수도 이전은 명운과 진퇴를 걸고 추진할 핵심 과제”라며 내각을 독려했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강행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미흡하다. 이미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 4개 광역지자체가 신행정수도 후보지 선정평가위원회에 인력 파견을 거부하고 나섰다. 해당 지자체와 충청권 주민의 갈등 또한 불거지기 시작했다. 수도 이전 반대운동과 소송도 줄을 잇게 될 전망이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선 당시 4조∼6조원이면 가능하다고 한 것이 슬그머니 45조원이 됐고, 최근 국토연구원 발주 조사에서는 95조∼120조원으로 늘었다. 여당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위원장은 “정부 추산 45조원 가운데 민간 부담을 뺀 정부예산 지출은 11조원이며, 이 중 정부청사 매각으로 충당되는 3조원을 빼면 순수 정부지출은 8조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속철 사업도 1990년 사업추진 당시 5조8000억원으로 추산했으나, 1차 개통에만 12조원이 들었고 최종 개통에는 총 18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 수도 이전이 이처럼 속전속결로 추진되어야 할 사안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른 자주국방 비용과 농어민 보호 및 각종 복지기금 추가부담 등 돈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진정으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제라도 국민투표를 포함해 국민의 뜻을 수렴해야 한다. 국론 분열 속의 수도 이전은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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