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한 손엔 소금, 한 손엔 삽… 충남 서천군 개펄

  • 입력 2004년 5월 13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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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충남 서천군 서면 월하성 마을 풍경. 썰물 때 넓게 펼쳐지는 개펄에서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맛을 잡는 일은 한가롭고도 재미있다.
고즈넉한 충남 서천군 서면 월하성 마을 풍경. 썰물 때 넓게 펼쳐지는 개펄에서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맛을 잡는 일은 한가롭고도 재미있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군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서천은 해안 깊숙이 자리해 아직까지는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시골 내음이 풍겨나는 곳이다. 이곳은 또 금강 하구둑 주변부터 부사방조제까지 72.5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가면서 해송림과 춘장대 해수욕장, 홍원항, 마량리 동백숲, 마량포구 등 둘러볼 곳도 많다. 서천 해안은 수심이 얕은데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 물이 빠지면 2km이상 펼쳐지는 완만한 백사장과 개펄이 있어 가족휴양지로는 그만이다.

○ 모래사장 같은 개펄

서천의 해안 가운데 서면 월하성 마을은 개펄이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다. 썰물 때 넓게 펼쳐지는 개펄은 고운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 모래사장 같다. 그 안에 콩알만한 게들이 잰걸음으로 분주히 다니며 촘촘한 간격으로 작은 구멍들을 송송 뚫어놓는다. 개펄위에 바닷물이 남기고 간 물결무늬도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에선 국물이 시원한 바지락, 구우면 더욱 맛있는 모시조개, 뽀얀 속살이 쫄깃한 돌조개 등 각양각색의 조개를 직접 잡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 개펄체험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맛 잡기. 보통 조개는 호미로 개펄 흙을 파낸 후 줍지만 맛은 구멍이 뚫린 개펄 안에 소금을 뿌리면 구멍 속에서 쏙 튀어나온다. 처음 간 사람들도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면 금세 따라할 수 있다.

맛을 잡는 기본 도구는 삽과 소금. 준비를 해오지 않더라도 월하성 마을 어촌계에서 빌려준다(소금 2000원, 삽 1000원). 소금은 페트병에 담겨있는데 뚜껑에 구멍을 뚫어야 일일이 뚜껑을 열지 않고 소금을 뿌려 넣을 수 있다. 또한 개펄에 들어서면 그늘막이 없기 때문에 챙이 넓은 모자는 필수.

○ 소금 뿌려 맛 잡는 재미

개펄에 난 구멍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놓으면 소금의 짠 기운에 견디지 못한 맛이 삐죽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때 맛을 억지로 잡아 빼내려고 하면 안 된다. 맛이 힘을 주어 끊어지기 때문이다. 맛이 스스로 반 이상 올라왔을 때 재빨리 낚아채야 한다.

보통 고개를 내민 후 5초 정도면 나오지만 어떤 것은 1분이 넘도록 고개만 내밀었다 들어갔다 하며 잡는 이의 속을 태우는 경우도 있다. 구멍에서 물이 퐁퐁 올라오는 곳은 빈 구멍으로 소금을 뿌려도 소용이 없다.

잡은 맛을 그릇에 담지 않고 개펄 위에 방치하면 헛수고다. 어느 샌가 슬그머니 개펄을 파고 들어가 숨어버리기 때문.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맛과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바닷물이 다시 들어온다.

이곳 주민들도 돈벌이 삼아 맛을 잡으러 나오는 경우가 많다. 1kg 가격은 5000원 선. 맛은 삶거나 구워 먹어도 좋지만 된장찌개에 넣으면 국물 맛이 구수하고 개운하다. 삶아낸 국물을 국수장국으로 이용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물이 들고 나는 시간이 매일 다르기 때문에 미리 연락하여 물때를 맞춰야 한다. 문의 월하성마을 어촌계 041-953-9292

○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낙조

월하성 개펄에서 맛을 잡고 난 후에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에 들러 낙조를 감상한다. 탁 트인 바다에 물드는 불그스름한 기운이 일품이다.

개펄에서 맛 잡기가 끝나면 마량리 동백나무숲도 둘러볼 만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500년짜리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이곳은 동백의 북방한계선으로 남쪽에선 7m까지 자라지만 이곳에선 나무의 키가 2m를 넘지 못한다. 대신 오랜 세월을 말하듯 나뭇가지가 부챗살처럼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난 달 절정이었던 동백꽃은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동백나무숲 사이로 나 있는 돌계단 위 정상에 있는 동백정 누각에 오르면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가슴이 시원해진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일품이다. 해는 동백나무숲을 등에 지고 바로 앞에 떠 있는 작은 섬 오력도 옆으로 떨어진다.

동백정 인근에는 식인조개와 대형상어, 어패류 박제 및 실물 17만 여점이 전시된 해양박물관과 부사방조제가 있다. 3km에 이르는 방조제에서는 바다와 민물낚시를 동시에 할 수 있고 분위기가 고즈넉해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또 이곳 한산 세모시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한산모시관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모시베틀에서 한올한올 짜여져 직물이 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우리 전통가옥에서 다듬이질, 투호놀이 등도 할 수 있어 전통문화 교육의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다.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가볼 만한 개펄▼

○ 충남 보령 무창포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은 매달 음력 그믐과 보름을 전후해 무인도인 석대도까지 1.5km의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 모습을 드러낸 개펄에서 바지락과 굴, 소라를 캘 수 있고 운이 좋으면 해삼과 낙지도 잡을 수 있다. 바다가 갈라지면서 질퍽한 개펄과 함께 중간 중간 모습을 드러내는 기암괴석도 볼거리. 무창포해수욕장번영회 041-936-3561

○ 충남 당진군 석문면 도비도

서해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왜목마을 인근에 자리한 도비도 개펄에서는 바지락, 모시조개, 가리비 등을 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갯벌 썰매타기도 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당진 나들목에서 도비도까지 약 40km. 도비도 농어촌 휴양지 041-351-9320

○ 경기 안산시 대부도

시화호 방조제를 지나 오른쪽으로 넓은 개펄이 드러나는데 이곳에서부터 반경 4km 가량이 모두 개펄이다. 주로 잡히는 것은 바지락과 소라. 인근 상점이나 민박집 등에서 체험도구(3000원)를 빌려준다.

○ 인천 옹진군 영흥도

대부도를 지나 선재교와 영흥대교를 건너면 영흥도가 나온다. 영흥도 개펄은 대개 주민들의 생업터전으로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지만 십리포 해수욕장에서는 개펄체험이 가능하다.

○ 전남 영광군 두우리 개펄

두우리 개펄에서는 5월이면 100가지 문양을 지닌 대합조개를 캘 수 있다. 비작도에서 3km 떨어진 임병도까지 조개잡이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바닥이 단단한 모래 개펄이라 자동차를 타고 달릴 수도 있다. 영광군청 문화관광과 061-350-5224

○ 충남 태안군 이원면 볏가리마을

태안반도 북쪽에 있는 볏가리마을은 요즘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쏙’ 잡이를 할 수 있다. 물이 빠지고 난 후 개펄에 뚫린 구멍 속으로 지름 3∼4cm, 길이 50cm 가량의 나무막대기를 넣었다 재빨리 빼면 쏙이 딸려 올라온다. 태안군청 농업기술센터 041-670-2555

▼1박 2일 떠나볼까▼

1.물때에 맞춰 서천 도착→월하성마을에서 맛 잡기(개펄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2.개펄 체험 후 동백정에서 낙조감상(어른 500원, 어린이 200원)→숙박

3.이른 아침 춘장대해수욕장 산책→해양박물관(어른 4000원, 어린이 2500원) 혹은 한산모시관(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관람→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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