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석종근/시민단체 재정지원의 묘수

  • 입력 2003년 5월 23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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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민단체들이 감시 대상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 지원을 받자 비판여론과 함께 시민단체 포기론이 불거졌고, 일부 시민단체는 외국 단체와의 교류 명목으로 1000만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충격을 주었다.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 시군협의회’ ‘바르게살기 시군협의회’ 등 관변단체로 불려온 국민운동단체들도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따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회비 납부 등 국민 참여가 저조한 엘리트 시민운동의 현실에서 시민단체는 상근자 인건비, 사업추진비 등 경비를 충당하기 쉽지 않은 재정적 한계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한국의 시민단체는 그만큼 외부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새로운 유권자 운동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정책 대결을 희석시켜 정치권의 선거 전략에 이용당하고 법 경시풍조를 낳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최근 지방에서는 이익집단인 중소유통업체 몇 곳이 ‘경제 살리기 시민연대’를 만들어 시민의 이름으로 대형 유통업체인 모 마트의 진입을 반대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사이비 시민단체’까지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독일 등 선진국처럼 시민단체 지원 재단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재정 출연을 한 정부와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시민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반론에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필자는 또 다른 대안으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의 소관을 정치 중립적인 국가기관에 맡기는 방안을 제안한다. 헌법상 정치 중립 기관으로는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다. 이 중 중립성을 존재 가치로 삼고 결과보다 과정과 절차의 공정성을 중시하며 전국적 조직을 갖추고 있어 실질적 지원과 협력이 가능한 선관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선관위가 국민의 주권과 시민의식 교육을 실시하고 재정을 지원한다면 공명선거와 깨끗한 정치 실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성숙한 여론의 뒷받침으로 이 제도가 채택되고 정착됐으면 한다.

석종근 ‘민주도정 실현 경남도민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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