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아저씨' 같은 CEO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7시 40분


최근 일본 도쿄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아시아 최대의 정보기술(IT) 전시회인 도쿄 WPC엑스포를 취재하고 오메시(市)에 있는 도시바 공장도 둘러보고 왔습니다.

이번 출장의 ‘하이라이트’는 도시바 디지털미디어네트워크사(社) 니시다 아쓰토시 사장과의 저녁식사였습니다. 도쿄 사옥을 방문해 회사 전반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는데 니시다 사장이 특별히 한국 기자를 위해 3시간가량 저녁자리를 마련한 것이었죠. 식사 장소는 정통 일본 정식 집이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한끼에 1인당 20만원이 넘는 곳이라더군요.

도시바 사장단은 주로 도시바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인 반면 니시다 사장은 색다른 경력의 소유자였습니다. 한때 외국계 회사의 중동지사에 근무하다가 스카우트됐다고 합니다.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빌 게이츠와 일상적인 e메일을 주고 받을 정도로 국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일본 경기침체에 대해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회복을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차도 다니지 않는 곳에 고속도로를 만든 것은 실책이라고 했습니다.

집 얘기가 나오자 옆에 있던 부사장의 팔을 잡으며 “아이들보다는 이 사람을 보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습니다. 아들과 딸이 대학을 나와 도시바의 다른 부문 회사에 다닌다는 자랑도 했습니다. 한국이라면 아버지가 임원인 회사에 자식 둘이 다니기는 쉽지 않겠지요.

니시다 사장의 유일한 취미는 골프랍니다. 핸디는 15인데 스스로는 불만스러운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임원은 일본에는 짧은 퍼팅도 ‘OK’가 없어 일본의 핸디 15는 한국의 싱글 수준이라고 귀띔하더군요.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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